[되돌아온 연탄]보일러·난로 인기

입력 2008-12-04 14:13:07

난방비 줄이고 설치 간편 "역시"

치솟는 물가로 인해 서민 가계부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한푼이라도 줄이려는 민초들의 노력이 여기저기서 눈물겹게 이어지고 있다. 없는 사람들에겐 여름보다 겨울나기가 더 어렵다. 마른 수건을 짜내 듯 허리띠를 졸라매도 난방비 감당이 벅차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힘겨운 삶은 난방 연료를 기름에서 연탄으로 바꾸는데서 볼 수 있다. 고유가에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바꾸는 집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음식점과 공장 등의 사무실에서도 연탄난로를 들여놓아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난방용 연료와 난로, 보일러 등을 판매하는 대성석탄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연탄난로 가운데 연탄이 3장, 6장, 9장 들어가는 세 종류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가격은 3~9만대로 다양하지만 3~6만원짜리를 가장 많이 찾는다.

연탄보일러의 경우 1구3탄(구멍 1개에 연탄 3장 들어가는 것), 2구3탄(구멍 2개에 연탄 6개 들어가는 것), 3구3탄(구멍 3개에 연탄 9장 들어가는 것)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1구3탄~3구3탄은 가정용, 4구3탄과 4구4탄은 업소용으로 분류된다. 가격은 보일러 재질이 철이냐, 스텐인리스냐에 따라 달라진다. 스테인리스 보일러가 조금 더 비싸다. 단순히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 배관에 연결하는 경우 몇시간이면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배관을 교체할 경우는 3~5일정도 소요되며 설치비도 많이 든다. 대성석탄 백성원 대표는 "보일러 교체는 주로 9,10월에 합니다. 올해 고유가로 연탄보일러 교체 문의가 예년에 비해 많았습니다. 추워지면서 주문이 조금 뜸해진 상태다"고 설명했다.

보일러와 난로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몰려 있는 대구 중구 북성로에 가면 연탄보일러, 연탄난로가 가게 맨 앞에 진열돼 있다. 기름보일러, 기름난로 대신 연탄보일러, 연탄난로를 선호하는 최근의 세태를 반영한 것. 북성로에서 30년째 보일러 판매를 하고 있는 박모(55'여)씨는 "연탄보일러 판매 비중이 늘고 있지만 알려진 만큼 팔리진 않고 있으며, 이는 워낙 경기가 안좋아 수입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닫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탄보일러에 비해 가격도 싸고 설치도 간단한 연탄난로는 추위가 시작된 겨울철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북성로에서 난로 도매업을 하는 한 업체 대표는 "기업체 등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연탄난로를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부 김미옥(38'동구 효목동)씨는 두달 전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바꿨다. 비용은 보일러 가격과 설치비를 합쳐 50만원이 들었다. 지난해 방 4개 단독주택 난방비로 한달에 30~40만원이 지출됐지만 연탄보일러로 교체한 뒤에는 1년 난방비로 60만원이면 충분할 것 같은 계산이 나왔다.

수성구 범어동에 위치한 생활소품유통업체 한아ANC는 최근 사무실에 연탄난로를 설치했다. 그동안 41평 되는 넓은 사무실 난방을 냉온풍기 등으로 해 왔으나 비용에 비해 효율이 떨어져 2주 전 18만원(설치비 포함)을 들여 연탄난로로 교체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냉온풍기의 경우 근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에만 가동해도 하루 1만원 이상의 기름이 소요됐다.

기름값 뿐 아니라 전기세도 많이 나왔지만 사무실이 따뜻하지 않아 이동식 가스난로를 추가로 사용했다. 하지만 연탄난로를 사용하면서 난방비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24시간 가동해도 연탄 8~10장이면 충분했다. 연탄 한장 가격이 평균 350원임을 감안하면 하루 난방비가 3천500원 이하로 떨어진 셈. 공기구멍을 막아 놓고 퇴근하면 아침까지 불이 꺼지지 않아 사무실이 항상 따뜻해진 것도 연탄난로가 가져다 준 혜택이었다.

게다가 난로 위에 큰 주전자를 올려 놓고 차를 끓여 손님들에게 제공하거나 고구마를 구워 직원들과 나눠 먹는 재미도 쏠쏠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양자(44) 한아ANC 대표는 "연료비가 50% 이상 절감되는 것은 물론 사무실 분위기까지 한층 더 밝고 따뜻해지는 것 같아 연탄난로 교체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만촌동의 한 인터넷 업체도 최근 연탄난로를 설치한데 이어 경상감영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상주칼국수집도 지난해 냉온풍기를 연탄난로로 교체하는 등으로 불황 여파를 타고 연탄난로가 동네 구석구석으로 침투하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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