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들여다보기]다큐멘터리 프로 인기가도

입력 2008-12-04 11:52:23

EBS가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선보인 3부작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이 역대 EBS 다큐멘터리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EBS에 따르면 '한반도의 공룡'은 1부 전국 가구시청률 2.79%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EBS가 방송한 성인 대상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이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EBS가 16억원을 들여 내놓은 회심의 역작이다. 원시 자연의 모습과 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접목시켜 100% 순수 국내 기술로 한반도에 살았던 대표적 공룡인 '타르보사우루스', 한국 학명을 가진 '부경고사우루스', '해남이크누스' 등을 재현해 최초로 공개한 것이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자연다큐, 휴먼다큐만 생각해오던 시청자들에겐 신선하고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는 평이다.

다큐멘터리라는 생생한 날 것의 영상을 즐기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만들어지고 짜여진 프로그램보다 많은 정보와 감동을 전해주는 다큐멘터리가 한층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선두주자는 EBS. EBS는 올해부터 다큐멘터리를 대폭 강화하면서 '세계테마기행', '다큐 프라임', '극한 직업', '리얼실험 프로젝트X' 등을 내놓았고, 현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5분짜리 미니 다큐멘터리 '지식채널 e'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색다른 시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사회 부조리를 짧은 메시지로 강하게 전달하는 흡입력으로 시청충성도가 84%가 넘어섰다고 한다.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 조회수가 최근 10만건을 넘어섰고, 높은 인기에 힘입어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다른 방송사들 역시 마찬가지. 다양한 시도로 다큐의 지평을 한층 넓히고 있다.

KBS1TV '다큐멘터리 3일'은 특정한 공간에서 제한된 72시간동안 관찰하고 기록한 형식으로, '청주여자교도소 72시간', '맨유, 한국에 오다. 그 열광의 72시간' 등 현장감있는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시사적인 문제를 다루는 'SBS 스페셜'은 잔잔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의 수준도 한층 업그레이드 중이다. 최근 몇년간 국제대회에서 수상한 다큐멘터리도 여러개다.

국제 에미상 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문에 KBS '차마고도'가 최종 후보로 올랐고 MBC 휴먼다큐 '사랑'의 '너는 내 운명'은 지난해 반프 월드TV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아시아 TV어워즈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SBS스페셜 '용서'는 인권운동단체 엠네스티 언론상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MBC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는 뉴욕 TV페스티벌에서 금상을 받았다. 특히 '차마고도'는 프랑스·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전세계 17개국에 판매되고 40여 개 나라에서 방영되는 등 세계에서 우리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각 방송사들은 드라마 등은 축소·폐지하는 분위기지만 대작 다큐멘터리를 잇따라 선보여 시청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MBC는 17일부터 3부작 '북극의 눈물'을 통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북극의 환경파괴를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KBS가 해외수출을 목표로 제작한 '누들 로드'는 '차마고도'에 이은 '인사이트 아시아' 시리즈 후속편으로,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만들어진 '국수'가 동서양에 전파돼 진화하는 과정을 다룬 국수의 문명사다. 내년 1,2월 6부작으로 방송될 계획인 '누들 로드'는 2년4개월의 제작기간과 9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해외수출을 목표로 제작했다고.

앞으로도 EBS는 빙하기 자연유산을 다룬 '피오르와 리아스'등을 방송할 예정이다.

시청자들도 이젠 더 이상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를 위해 BBC, NHK 등과 같은 외국 방송사를 찾지 않아도 된다. 드라마가 한류를 일으켰듯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한국적인 다큐멘터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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