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등장하는 신윤복은 열혈대장부다. 공교롭게도 신윤복이 여자라는 설정이 판을 치고 있는 시점이어서 자칫 '시선끌기'로 오해받기 쉽지만 2년여 동안 신윤복의 작품세계와 조선후기 회화사를 탐구한 끝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탄탄한 구성과 밀도 있는 문체 등으로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1990년대 '십우도' '탄트라' 등을 통해 불교문학을 소개했던 작가의 저력이 살아있다.
신윤복의 생애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소설 역시 상당 부분 허구적 설정에 기대고 있다. 저자는 "사실이든 허구이든 모든 것이 역사적 진실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했다"고 말한다. 총 22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신윤복이 김홍도 밑에서 그림을 배웠다는 설정 아래 시작된다.
그림 공부를 하던 신윤복은 거지 화가 최북을 만나면서 온갖 기행과 기벽을 일삼으며 재야 화가로 변신한다. 유교적 미덕이 일상을 억누르고 있던 시대에 인간의 본성과 예술의 본질을 찾고자 했던 한 화가의 고통과 갈등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의 미덕은 신윤복 못지않게 강세황 김홍도 최북 김득신에 이르기까지 조선후기 대가들의 작품세계를 복원해내는데도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그들의 그림 78점도 함께 실려있다. 348쪽, 1만1천원.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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