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목 前우방회장 "우방 회생에 지역민 힘 모아주세요"

입력 2008-12-02 09:22:14

"우방은 '대구'를 위해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순목(69) 전 우방 회장. 맨손으로 시작해 '우방 신화'를 만들었던 그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2000년 8월 (주)우방 부도 이후 8년만에 다시 찾아온 'C&우방'의 위기와 관련해서다.

"그동안 과거는 잊고 집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조용히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우방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꼭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대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방'을 살려야 합니다."

이 전 회장은 '우방의 생존'이 왜 필요한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1990년대 우방이 전국 도급 순위 20위권 기업이었고 하청업체가 1천300개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규모가 줄었지만 아직도 '우방' 브랜드는 전국구로 통합니다. 이런 기업을 대구에서 새로 만들려면 10년내에는 불가능하리라고 봅니다."

그는 "아직도 우방에는 우수한 인력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대구가 건설업을 통해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은 대구와 궁합이 맞는 산업입니다. 장치 산업처럼 항구를 끼거나 큰 자본이 들어갈 필요도 없고 '우수한 인재'만 있으면 됩니다. 여기에 대구 특유의 '의리'와 '끈기'라는 기질만 더해지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습니다."

타도시에 비해 입지적 조건이 떨어지고 경제력이 약한 '대구'가 가장 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 건설업이란 것.

또 IMF 때처럼 위기가 찾아왔지만 2~3년의 시간이 지나면 건설업, 특히 주택업은 다시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시행사 제도가 생기고 투기자본이 들어오면서 지난 몇년간 주택업은 '산업'이 아닌 '상업'으로 전락했습니다. 이제 과도기가 시작됐고 다시 몇년이 지나면 '거품' 없이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시장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이때가 되면 '장인정신'을 가진 주택회사가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겠죠."

이 전 회장은 대구의 '리더'들이 8년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부도 당시 36개 아파트 현장의 미분양이 전혀 없었지만 '몇몇 사람'들의 정치적 의도와 개인적 욕심이 결국 '우방'을 부도로 몰고 갔고 그 결과는 지역민들의 '고통 분담'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대구를 책임졌던 분이 '우방'이 부도나도 대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미미하다는 논리를 펴며 지원을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우방 부도 이후 지난 8년간의 대구를 보면 '우방'같은 기업 하나가 지역 경제의 얼마나 큰 기둥인지 알수 있지 않습니까."

현재 사주가 어느 지역 사람이든 경제적으로 우방의 회생 가치가 얼마인지를 따지기 앞서 우선 지역 기업을 살리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이 전 회장의 논리.

몇년만에 처음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한다는 이 전 회장은 부도 직후 지금까지 하지 못한 말이 있다고 했다.

"우방 살리기 운동에 109만명의 지역민이 서명을 했습니다. 그분들에게 '우방'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우방'에 청춘을 걸었던 1천600명의 '똑똑한 직원'들의 장래를 보장하지 못해 정말 미안합니다."

그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경영자'가 됐지만 '상처'나 '앙금'은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아직도 알아보고 택시비를 받지 않는 운전기사를 만나면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

이 전 회장은 부도 직전까지 이어졌던 '우방 20년의 신화'가 성공적인 워크아웃을 통해 다시 이어지도록 대구시민들이 격려와 성원을 보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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