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親李-親朴인가

입력 2008-11-24 10:25:21

[위기의 대구경북 정치권] (상)내연하는 계파 싸움

대구경북 정치권이 위기에 처했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지 9개월이 다 되가지만 아직도 '친이'와 '친박'이라는 계파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치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지역 예산 확보에는 힘을 합치는 모양을 보이고 있지만 지역 정치인들은 여전히 어색한 동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입으로는 'MB(이명박 대통령)정권의 성공없이 대구경북의 미래와 박근혜 전 대표의 차기도 없다'고 외치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한 쪽에서 MB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며 친박측의 소극적인 자세를 지적하고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껴안지도 않으면서 무슨 화학적 결합이냐'며 불만섞인 목소리를 감추지도 않고 있다.

대구경북 정치권의 주류는 '친박'이다. 친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주호영 이병석 강석호 의원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이한구 장윤석 이철우 의원 등 일부 중립성향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는 대부분 친박성향으로 분류된다. 한나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도 서상기, 정희수 의원 등 친박 인사들이 맡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원들은 "대구경북에는 계파가 없다. 우리는 평소에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모임을 같이하고 밥도 먹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주호영 의원이나 서상기 의원 모두 똑같이 "지역에서 그런 계파의식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볼 때는 이런 주장은 사실로 비쳐진다. 그러나 계파싸움은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지 여전히 내연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때문에 손해보는 것은 대구경북민들뿐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 안팎에서는 대구경북은 친박계가 주류가 되는 바람에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즉 이 대통령이 고향인 대구경북을 챙기고는 있지만 그것이 자칫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만 강화시키는 효과로 나타날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출신 한 의원은 "왜 이 대통령이 대구경북을 도외시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도 "아직 심정적으로 박 전 대표를 껴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대구경북 챙기기가 양날의 칼처럼 느껴질 것" 이라고 전했다.

이명규 의원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물론 강재섭 전 대표와 모두 가깝다"고 자신의 성향을 밝히면서 "대선이 끝났는데 박 전 대표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서상기 시당위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대구경제를 위해 사심없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일부에서 서 위원장이 박 전 대표가 참석할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모임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는 등 독주하는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차기 대구시장 공천과 관련, 서 시당위원장이 '박 전 대표의 뜻에 달렸다'는 식으로 표현하자 이를 대표적인 '호가호위'사례라고 지적한 것이다.

다른 한 의원도 "대구경북에 해주고 싶어도 박 전 대표 때문에 해주기 싫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중앙정치권에서 이따금씩 불거지고 있는 계파간 갈등이 그대로 대구경북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전가되고 있는 부작용의 대표적 패턴이다.

그러나 친이인사와 친박인사들간의 입장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친이성향의 A의원은 "친이는 계파의식이 거의 없어졌는데 친박은 계파의식이 더 강해졌다"면서 친박인사들 스스로 다른사람들과 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이들끼리는 만나지도 않는데 친박인사들끼리는 자주 만나서 똘똘 뭉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복당파 친박인사들은 "이 대통령이 복당인사들에 대해 한 번도 부르지도 않는 등 스킨십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석호 의원은 "지금은 박 전 대표가 아니라 MB를 중심으로 국정을 뒷받침해줘야 할 때"라며 "MB정부가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의 내일은 없다는 사실을 잘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아니라 박 전 대표가 제1야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박 전 대표측에서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지금 나서지 않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이 맞다"며 "지금 조용히 있는 것이 MB를 도와주는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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