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됩니다. 검은 백조는 백조는 희다는 통념을 바꿉니다. 여기에서 검은 백조는 극단을 상징합니다. 검은 백조 현상은 예상 밖의 일이기에 그 효과가 증폭됩니다. 과거사를 살펴보면,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예외적이고 극단적 현상이 세상을 휘젓고 역사를 바꿉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저서 '블랙 스완'(Black Swan)을 통해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 학습과 통념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일깨웁니다.
극단적인 원리주의는 중동 지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요즘 우리 사회에도 극단이 횡행합니다. '기부 천사'로 불리는 배우 겸 탤런트 문근영을 괴롭히는 악플에서 극단을 발견합니다. 특히 저명한 한 보수논객의 색깔론 공세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주장의 요지는 미전향 장기수인 외조부를 둔 그녀가 빨치산을 미화하기 위한 선전 수단으로 선행을 한다는 겁니다. 그는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에게도 빨간색 리트머스를 들이댑니다. 문근영이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 역을 맡은 것을 빌미로 삼습니다. 영화 '미인도'에서 역시 신윤복으로 분한 배우 김민선 역시 그의 필봉(筆鋒)을 피해가지 못 합니다. 김민선은 "광우병 소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넣는 편이 낫겠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지요. 그 보수논객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자(신윤복)를 띄워서 기존의 정통사관을 뒤집고 사회저항을 정당화시키려는 이념적 공감대를 두 여배우가 형성하고 있다"며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요즘 사이버 공간에는 '미네르바'라는 경제논객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는 리만브라더스 파산, 주식시장 폭락, 한·미 통화 스와프의 필요성 등을 예언했으며 최근에는 종합주가지수가 500포인트까지 급락하고 부동산은 반 토막난다고 전망했습니다. 사이버공간에서 미네르바 신드롬이 불고 그가 경제 선지자로 떠받들어지자, 여권의 심기가 불편해졌나 봅니다. 미네르바의 글들이 불안감을 조성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여당이 그의 신원을 파악하고 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합니다. 심리적 압박을 받은 미네르바는 절필을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미래의 경제 상황을 맞추는 것은 신의 영역입니다. 경제를 전망하는 행위가 잘못이라면, 대통령 취임 해에 종합주가지수가 3천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는 이명박 후보의 발언 역시 그 잣대를 피해갈 수 없을 겁니다. 지지율 1위의 대선 후보가 말한 비전을 믿고 주식투자에 나선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국가가 개인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 역시 극단입니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이론만큼 사회를 잘 설명하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자신들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그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파멸을 가져오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 이론입니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렇게 말했지요.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들로 이뤄진 집단이라도 군중으로서의 집단은 도덕성과 지능의 관점에서 볼 때 몸집은 크지만 어리석은 맹수와 같다"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피 터지게 경쟁합니다. 약육강식의 냉혹한 질서 속에서 대개는 힘없는 사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람들이 후안무치하고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에게 당합니다. 최근 읽은 책의 한 구절을 결론 삼아 인용해 봅니다. '착하게 살아라. 그렇다고 얼간이 짓은 하지 말고.'
김해용 기획취재부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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