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受精)의 순간부터 시작되는 엄마와 자식의 관계. 그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일까? 언뜻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평생 보증' 상품인 것 같다. 우리는 이를 '아가페적 사랑'이라고 칭송한다. 그 사랑은 관심과 보살핌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어머니마다 조금씩 다르다. 집안, 지역이 다르고 국가와 민족마다 다른 듯하다.
그런 보살핌이 우리 사회에선 가족 이기주의가 돼서 병폐로 나타나기도 한다. 청년 취업난에 최근 부쩍 많이 들리는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도 그중 하나. 프로펠러가 달린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변을 맴돌며 간섭하고 지시하려는 엄마가 헬리콥터 맘이다. 자식들 대학 입학 때까지 보살펴 주고 어느새 대학생 자녀 학점 관리까지 해 주더니 급기야 졸업 후 취직은 물론이고 연애·결혼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 간섭한다. 엄마를 지칭하는 신조어도 여러 개 등장했다. 최근 미 대선 과정에서 화제가 된 '하키 맘(Hockey Mom)'이나 '사커 맘(Soccer Mom)' 등 수도 없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엄마일까?
◆'내 뜻대로' 알파 맘 vs '네 맘대로' 베타 맘
엄마의 유형을 구분하는 가장 큰 잣대는 자식을 키우는 방식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엄마는 크게 '알파(α) 맘'과 '베타(β) 맘'으로 나눠볼 수 있다. 아이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설계하고자 하는 알파 맘은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일종의 자녀 매니저 혹은 컨설턴트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자녀의 장래를 위해 일정을 짠다. 많은 정보를 취합하여 자녀에게 가장 효율적인 교육방식을 제공하려 한다. 우리말로는 '극성엄마'쯤 되겠다. '강남엄마'로 비유하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된 용어로 직장일을 하면서도 가정일이나 육아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슈퍼 맘(Super Mom)'도 있다.
스펙트럼상 이와는 반대점에 있는 것이 베타 맘이다. 베타 맘은 엄마의 역할을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 조력자' 정도로 생각한다. 자녀의 행복을 우선시하기에 아이 스스로 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방관하는 엄마는 아니다. 학원은 최소한 보내면서 그 외 많은 시간을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미국의 '강남엄마'
자녀의 교육과 진학을 위해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강남엄마'는 미국에도 있다. 이를 지칭하는 말로 '사커 맘(Soccer Mom)'이 있다. '축구하는 자녀의 엄마'라는 뜻으로 1990년대 초반 미국 콜로라도 덴버의 시의회 선거에 나선 한 여성이 자신을 사커 맘이라고 소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들은 자녀의 축구 경기 일정에 맞춰 자녀들을 차로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선 공화당의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자신을 '하키 맘(Hockey Mom)'으로 칭하며 평범한 주부의 이미지를 이끌어내려 했다. 이들은 아이스하키를 하는 자녀를 두고 있다. 사커 맘과 하키 맘은 자녀 교육에 적극적인 억척스런 어머니상인데, 승합차인 '미니밴'을 몰고 다니며 아이들을 챙긴다고 해서 '미니밴 맘(Minivan Mom)'이라고도 불린다.
이웃 일본에도 극성 엄마는 있다. 지난해 처음 생겨난 '괴물 부모'라는 뜻의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다. 이들은 '내 자식 손해 보는 일은 절대 못 참는다'는 심보로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상식을 벗어난 요구를 한다. 그 중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만 급식에 내달라"는 것에서부터 "대학 진학에 필요하지 않은 과목은 교과 과목에서 빼달라"는 것까지 있다. 자녀가 체육시간에 넘어져 다리에 멍이 든 것을 빌미로 밤 11시에 담임교사를 집으로 불러 반성문을 쓰도록 요구한 사례도 있다.
◆생활양식 반영한 '월마트 맘' '에코 맘'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는 특히 가정주부 유권자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엄마에 대한 용어가 많이 소개됐다. 미국 최대의 대형 할인매장인 월마트를 이용하는 '월마트 맘(Wal Mart Mom)'이 있다. 시사주간 타임은 이들을 카드 신용한도 하락으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는 여성층이라는 '맥스드아웃 맘(Maxed-out Mom)'이라고 이름 지었다. 2004년 대선에서는 9·11 테러의 여파로 안보를 강조한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도왔다는 뜻에서 '시큐러티 맘(Security mom·안보 맘)'이 부각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주부를 소비의 대상으로 보고 분류한 ▷키티 맘(Kitty Mom) ▷줌마렐라(Zoomarella) ▷와인 맘(WINE Mom)이라는 말도 있다. '키티 맘'은 '일본 캐릭터 헬로키티(Hello Kitty)와 함께 성장한 세대를 가리키며,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젊고 높은 학력의 기혼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 조어인 '줌마렐라'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고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의 기혼 여성을 이른다. 자녀 양육에서 벗어나 노후를 즐기는 50~60대 여성인 '와인 맘'은 '성숙한 어른인 WINE족(Well Integrated New Elder) 중에서 신중한 소비를 하며 자신의 삶을 가꾸는 데 관심이 큰 여성 중년층'을 의미한다.
자연 훼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일상생활과 육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주부들인 '에코 맘(Eco Mom)', 이미 벌어진 지구 온난화 현상을 돈과 환경사업 등을 통해 되돌리려 노력하는 주부 '그린 맘(Green Mom)', 기업가(Entrepreneur)와 엄마(mom)를 합쳐 엄마 사장님을 뜻하는 ' 맘프러너(Mompreneur)'라는 말도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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