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5시쯤 대구 수성구의 한 법인택시 회사 차고지. 택시들이 손님을 찾아 도로로 나서야 하는 시간인데도 마당 가득히 시동을 끈 채 멈춰 줄지어 서 있었다. 이 업체 사장 A씨는 "매일 택시 1대당 60ℓ씩(1인 1차제) LPG를 넣어주던 것을 35ℓ로 줄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빈 차 운행이나 공회전을 줄여서라도 연료값을 절약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내 돈으로 연료를 넣을 수는 없다"고 반발하는 통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A씨는 "LPG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뛰면서 적자 경영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며 "이렇게 가다간 업체들이 줄도산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 법인택시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에 따른 기본요금 인상, LPG 가격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전국 최초로 '사업면허 집단 반납'을 결의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100개 법인 택시업체로 구성된 대구택시운송사업조합(법인조합)은 최근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이번 주 중으로 대구시와 국토해양부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 면허증'을 일괄 반납하고, 전 업체가 폐업신고를 하기로 결의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대구 법인택시회사 중 올 들어 5개 업체의 주인이 바뀌었고, 7개 업체가 매물로 나온 상태"라며 "매월 수천만원씩 생기는 적자를 더 이상 견디기 힘들고, 특히 올해에만 수억원의 빚을 진 업체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경영난의 주 원인은 연료값 인상 때문. 법인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1월 ℓ당 684원이던 LPG가격이 올해 1월 910원으로 크게 올랐고 최근에는 1천63원까지 급등했다. 손실 누적이 커졌지만 택시 기본요금은 수년째 제자리다. 조합은 ▷기본요금을 현행 1천800원에서 부산, 울산, 대전처럼 2천200~2천300원으로 인상하고 ▷과다공급된 택시 일부를 지자체가 매입해 감차정책에 나설 것 ▷중소기업육성자금 대출에 택시서비스업 포함 ▷권역별 차고지 조성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법인조합 김인남 이사장은 "최근 휘발유, 경유 등은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LPG가격은 내리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전체 수입의 45%가 임금, 나머지 45%가 기름값으로 지출돼 차 할부금, 내근직 월급, 4대보험료, 차량 유지·관리비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구 법인 택시 1만7천대 중 10% 이상은 줄여야 한다"며 "택시업체들이 사업면허를 모두 반납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다는 의미"라며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
택시업계 및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은 오는 29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전국 택시운송종사자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에 택시업계의 생존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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