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따기 해보면 국산사과 반해요"

입력 2008-11-17 09:11:12

▲ 16일 안동 길안면 굼건내 농장에서 열린 매일신문 애플투어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사과 빨리 먹기 시합을 하느라 볼이 가득하다. 이상헌기자
▲ 16일 안동 길안면 굼건내 농장에서 열린 매일신문 애플투어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사과 빨리 먹기 시합을 하느라 볼이 가득하다. 이상헌기자

굽이굽이 국도를 따라 산촌마을로 가는 길에는 만추(晩秋)의 서정이 가득하다. 추수가 끝난 텅 빈 들녘과 바람에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 잔뜩 찌푸린 잿빛 하늘…. 한 해의 끝이 벌써 다가왔음을 새삼 확인한다.

마침 일요일이라 대구경북능금농협 군위 가공공장의 생산라인은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사과 주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소득이 없진 않다. "사과 주스를 자주 먹지는 않았는데 농협에서는 국산 사과로만 만든다니 앞으로 자주 마셔야겠어요. 아무래도 수입산 과일 주스보다 훨씬 낫겠죠?"

사과 주스는 좋은 애피타이저(appetizer·식욕을 돋우기 위하여 식전에 먹는 음료나 요리)라며 체험객들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삼국지를 보면 조조가 원술을 정벌하러 가던 중 병사들이 너무 목말라하자 '저 산을 넘으면 자두밭이 있다'고 말해 위기를 넘긴 적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식당입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기에 시장기를 애써 억누르던 체험객들의 얼굴에 사과 주스 한 잔이 미소를 돌게 했다.

의성 봉양 한우작목반이 운영하는 한우식당의 한우 불고기는 착한(?) 가격과 비할 데 없는 맛으로 꽉 닫혔던 도시주부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이런 데가 있는지 몰랐어요. 앞으로 식구들끼리 외식하러 자주 와야겠는데요."

안동 길안면 소재지를 벗어나 35번 국도를 따라 10여 분쯤 달리자 '굼건내 농장'이란 커다란 표지석이 반갑게 맞는다.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뒤 20여년째 사과농사를 짓는 배찬우(56)씨의 삶의 터전이다.

"전체 면적은 7만6천㎡가 조금 넘습니다. 어느 농부나 그러하겠지만 저도 제 사과에 대해서는 정말 자신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체험을 계기로 우리 농산물을 더욱 사랑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과를 따는 동안 하나는 입으로 가고 하나는 바구니로 가지만 사람 좋은 배씨는 너털웃음만 터트린다.

10kg 한 상자씩, 수확의 기쁨을 가득 채운 뒤 '사과 길게 깎기', '사과 빨리 먹기' 대회가 열렸다. "열심히만 하시면 오늘 참가비를 돌려드릴게요." 안내가 끝나자마자 모두들 크게 한 입 베어문다. 하지만 그 순간 상품권 욕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참 맛있네." 사각사각 사각사각….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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