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자식들 공부 무관심한 것 같던 엄마였는데…

입력 2008-11-15 06:00:00

수능시험 치른 지가 벌써 10년 전이다. 우리 집은 6남매다. 어릴 땐 조부모님까지 계셔 항상 북적이는 대가족이었다. 부모님은 농사일 때문에 일일이 자식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성장한 언니들은 다 출가하고 시골집에는 여동생과 둘이 남게 됐다. 청소면 청소, 빨래면 빨래, 심지어 소풍날 김밥까지 둘이서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학교 공부를 마치면 부모님은 잠들에 계시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미 밭일을 나가신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는 등하교시간 차량 안에서만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같이 식사할 수 있는 경우는 주말뿐이었다.

어릴 적 다른 집 부모들과 달리 교복 한번 빨아주지 않는 엄마를 많이 미워했다. "공부하라"는 말도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 그래, 무관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떨 땐 다리 밑에서 주워온 자식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해는 갔다. 그 많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고된 농사일에 얼마나 피곤하실까.

엄마에 대한 나의 원망은 수능시험 날 쌍 그리 무너졌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어떻게 아셨을까? 새벽에 일어나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는 관심 없는 듯 하면서도 다 챙겨보신 것이다. 시험장에 직접 오시지는 않았지만 내가 시험을 치는 동안, 그 시간만큼은 엄마도 많은 기도를 하지 않으셨을까?

부모님의 뒷바라지로 대학교도 졸업하고, 이제는 떳떳한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됐다.

"이렇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박진영(대구 달서구 성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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