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파라오의 꿈

입력 2008-11-15 06:00:00

고대 이집트를 다스리던 파라오는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물가에서 풀을 뜯던 살진 암소 일곱마리가 흉악하고 파리한 다른 일곱마리 암소에게 잡아먹히는 해괴망측한 내용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 꿈을 해석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감옥에 갇혀 있던 서른살 먹은 한 노예가 이런 해몽을 내놓습니다. "앞으로 일곱해 동안의 풍작과 일곱해 동안의 흉작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는 풍년 때 전체 수확의 5분의 1씩 비축해 흉년에 대비할 것을 건의했습니다. 총명한 이 노예는 이를 계기로 파라오의 눈에 들어 이집트의 총리가 되고 이집트 사람들을 먹여 살려냅니다. 노예의 이름은 요셉이었습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창세기의 이 내용은 경제의 본질적 특성이 순환이라는 점을 꿰뚫은 인류 최초의 재테크 기록일 겁니다. 경제는 끝없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오갈 수밖에 없습니다. '내일의 금맥'(마크 파버 지음)이란 책은 다음과 같은 비유로 그 점을 일깨웁니다.

서기 1천년에 어떤 현명한 조상이 후손인 우리를 위해 1달러를 저축했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는 연간 5%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안전한 곳에 투자를 했습니다. 1천여년이 흐른 지금 그 돈은 이론상 얼마로 불어 있을까요? 정답은 15해4천600경(1천546조의 100만배)달러입니다. 이 돈이 얼마나 큰 돈인지 쉽게 짐작이 안 갈 겁니다. 만약 지금 이런 규모의 돈을 6% 이자로만 굴려도 매년 세계 전체 총생산의 300만배에 달하는 9천300경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같은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습니다. 연 5%의 수익률이 그처럼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크 파버가 지적했듯이 부와 저축 그리고 투자는 지진, 홍수, 가뭄, 전염병, 화산폭발, 태풍 등 자연재해와 전쟁, 혁명, 초인플레, 공황 등에 의해 파괴되곤 했습니다. 경기는 이처럼 구조적으로 순환할 수밖에 없는데도 대중은 탐욕과 공포에 쏠립니다.

경제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1조5천억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인 의료기 다단계 업체가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금융 피라미드 사기의 원조는 1920년대 미국 보스턴의 카를로스 폰지라는 사람일 겁니다. 그는 자신에게 돈을 맡기면 우편 사업 투자를 통해 45일 만에 50%의 수익을 보장한다면서 사람들을 꾀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끌어들인 800만달러 가운데 체포될 당시 보유 중이던 우표는 61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원금과 이익을 지급하는 수법을 썼던 겁니다.

이번 주 주말판에는 대구를 비롯한 전국에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의료기 다단계 업체 사건을 다뤘습니다. 아울러 지금이 위기인지, 기회인지도 함께 살펴봤으며 만약 10억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시민 생각을 물어 지면에 담았습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요즘 주말판 지면에 경제와 관련된 주제들을 많이 싣게 됩니다. 워런 버핏은 이렇게 강조했지요. '투자의 제1원칙=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다. 제2원칙=제1원칙을 실행한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추운 계절이 될 듯싶지만, 지금의 경제 위기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감내해야 할 순환 과정의 일부라 믿어봅니다. 주말 편히 지내십시오.

김해용 기획취재부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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