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나라가 친환경농업육성법을 시행하면서 '친환경농업 원년'을 선포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도 농업인과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멜라민 파동'을 계기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농약 사용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고 화학비료 과다사용은 토양·하천 오염 우려를 낳고 있다. 본지는 이에 따라 첨단과학기술을 활용, 농약 등 농자재는 적게 쓰면서도 경제성을 높이는 친환경 정밀농업을 집중취재, 9회에 걸쳐 소개한다.
◆농약·화학비료 줄여보자
세계 인구는 지난 1950년 25억명에서 99년 60억명을 돌파해 현재 66억명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농업과학의 발달이다. 노벨상을 받았던 독일 과학자 프리츠 하버와 칼 보슈는 1909년 화학비료를 개발, 지구촌 식량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세계 제1차대전 이후에는 기계화된 농기구가 보급되면서 생산성을 높였다. 1959년에는 스위스 화학자 뮐러가 최초의 화학살충제이자 제초제인 DDT를 내놓아 곡물 생산량이 급증하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문명의 이기'들은 지구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집약적 농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ha당 농약 사용량이 13.1㎏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연평균(1990~2003년) 농약 사용량과 비교하면 단연 1위로 노르웨이 캐나다 핀란드(0.60㎏)의 20배가 넘는다. 화학비료 사용량(1990~2003)도 422㎏/㏊로 OECD 국가 중 5위에 올라 있고 매일 10명이 농약중독으로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정밀농업
하지만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은 현실적으로 급격한 확대가 어렵다. 선진국들도 유기농업의 비중 목표를 10% 정도로 잡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연구추진되고 있는 정밀농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밀농업은 농산물의 증가와 동시에 환경에 대한 충격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친환경농업의 하나다. 지구측위시스템(GPS) 지리정보시스템(GIS) 원격탐사(Remote Sensing) 등 다양한 첨단기술과 과학적 수단을 활용, 필지를 잘게 나눠 포장 내의 토양 특성치, 생육 상황, 작물 수확량 등을 조사해 위치별로 비료 농약 종자 등의 자재 투입량을 다르게 관리한다. 위치별 지역특성(site-specific)에 맞는 변량형 처방(variable rate application)을 통해 경제성과 환경친화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정밀농업의 개념인 셈.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이원석(46·농업환경공학) 교수는 "전체 농경지에 똑같이 씨앗을 뿌리고 작업을 해도 위치에 따라 수확량은 달라진다는 사실에서 정밀농업이 출발했다"며 "감기에 걸렸을 때 종합감기약을 사 먹는 것과 병원에서 증상별로 다르게 약을 처방받는 경우 효과가 차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이란 명칭은 1997년에 열린 국제농업회의에서 통일됐다. 미국에서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20년대였지만 정밀농업 보급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1990년대 중반 GPS의 상업화 이용이 가능해지면서부터이다.
선두주자인 미국에서는 현재 옥수수 콩 밀 등의 작목을 중심으로 현장적용이 보편화돼 있어 정밀농업을 실시하고 있는 농가의 비중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부가가치가 더 높은 오렌지 사과 등 과일산업에도 적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독일 프랑스 영국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도 1990년대 중반부터 연구에 착수, 점차 농업현장에 확산되고 있으며 우리와 농업환경이 비슷한 일본 중국 역시 수도작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기초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평택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 현장 실증에 나서고 있기도 하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는 많이 뒤처진 형편이다.
국립농업과학원 이충근 박사는 "저투입에 의한 지속가능한 농업(Low Input Sustainable Agriculture)에 대한 전 세계적 노력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정밀농업은 하나의 기술을 일컫는 단어가 아니라 농업의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는 총체적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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