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도 도미노, 신용보험으로 차단"

입력 2008-11-12 09:45:02

#1 최근 대구 A사는 환헤지 상품에 가입했다가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금융권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회사의 하청업체는 90여곳. 모든 하청업체가 납품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게 될 지경에 놓였다.

하지만 협력업체 90여곳 중 2곳은 이 같은 불행에서 예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업체들은 주요 거래처가 부도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 국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에 '신용보험'을 가입한 것. 이 회사들은 각각 7천300만원과 6천800만원의 보험금을 획득, 납품대금을 거의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

#2 건축자재를 납품하는 B사 역시 거래회사가 지난 9월 부도를 냈다. 4천500여만원의 납품대금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였다. 하지만 B사는 뜻밖의 통보를 받았다. 거래회사가 부도나기 꼭 4개월 전 가입했던 신용보험 덕분에 사실상 납품대금 전액을 보험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연락이었다. B사 대표는 "전화를 받는 순간 지옥에서 천당으로 올라선 기분이었다"고 했다.

미국발 신용위기가 실물경제를 덮치면서 기업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한 기업의 도산은 거래관계에 있던 모든 기업을 연쇄적으로 구렁텅이로 몰아가면서 부도 도미노로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신용보험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신용보험은 멀쩡한 기업이 거래처 도산으로 인해 함께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운용하고 있는 제도.

신용보증기금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의 신용보험 가입액은 3천3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2천592억원)에 비해 28.6%나 늘어났다. 신용보험 가입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외환위기 이후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의 위험 대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용보험의 장점은 적은 보험료로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 총거래금액의 1% 정도만 보험료로 내면 '사고'가 나더라도 거의 모든 매출채권을 회복할 수 있다. 때문에 최근 기업들의 가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보험은 매출채권보험과 어음보험 2종류가 있으며 제조업, 제조 관련 도매 및 서비스업체로서 연간 매출액 300억원 이하를 올리는 기업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신용보증기금 대구경북본부 신용보험팀 김남수 차장은 "수출보험상품에 가입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지원을 통해 수수료를 일부분 부담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신용보험도 지자체가 나서 가입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대구경북 기업들은 '의리 관계'가 많아 하청업체가 신용보험에 가입하면 '네가 나를 못 믿느냐'며 자칫 거래관계가 끊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의리'에 얽매여 기업경영을 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연쇄도산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신용보험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