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의료상식]당뇨와 발기부전

입력 2008-11-10 06:00:00

"당뇨병이 발기부전을 유발한다고요?"

14일은 UN이 정한 '세계 당뇨의 날'이다. 그런데 당뇨병이 만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발기부전까지 일으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발기부전은 당뇨환자의 35~75% 정도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한 합병증이다. 당뇨병을 앓기 시작한 뒤 10년 내 발병하는 게 보통이고, 당뇨가 없는 사람보다 훨씬 일찍 나타난다. 심지어 당뇨의 첫 증상으로 발기부전이 발병하는 경우도 당뇨 환자의 12%나 된다고 한다.

당뇨 환자에게 발기부전이 나타나는 이유는 혈관과 신경계 이상, 약물 투여, 심신 피로 등 복합적이다.

특히 당뇨 합병증으로 음경 혈관과 음경을 지배하는 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기부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당뇨 환자의 해면체 내에 약물을 넣은 뒤 음경복합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하면 75% 이상에서 음경혈관 이상 소견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당뇨가 음경발기조직인 음경해면체에 변성을 일으켜 발기력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발기 상태 유지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당이 지속되고 체내에 산화물질이 증가하면서 음경 미세혈관의 내피세포에 변성이 일어나고 혈관경화증이 나타난다는 것.

또 해면체 조직의 평활근 양은 감소하고 콜라겐 섬유는 늘어나 발기 때 음경 내 혈류 유지를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당뇨 합병증에 따른 신경병증은 말초신경계에 잘 나타나는데, 특히 발기에 관여하는 자율신경의 경우 길이가 길기 때문에, 당뇨성 자율신경병증 중 가장 빈번하고 일찍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기부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신경인성 병인인데, 신경말단에서의 산화질소 분비 저하로 발기부전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문기학 영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상당수 당뇨 환자의 경우 당뇨와 그 합병증에 따른 심리적 저하, 우울증, 생활방식 변화 등으로 발기부전, 특히 성욕 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며 "당뇨 환자들이 당뇨 및 합병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 고혈압 치료약, 이뇨제, 향정신성 및 항콜린성 약물 등 상당수가 발기력 저하와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뇨 합병증으로 발생한 발기부전은 다른 원인으로 인한 발기부전보다 치료가 더 어렵다고 한다. 문 교수는 "당뇨로 인한 발기부전은 혈당을 조절하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며 "경구용 치료제에도 반응하지 않으면 음경해면체에 발기 유발 주사제를 환자가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 있고, 이마저도 통하지 않을 경우엔 음경보형물삽입술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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