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엔 괴짜도 많다…프로 골퍼들의 세계

입력 2008-10-31 06:00:00

'내 정신세계는 당신들과 다르다?' 현대는 다양성이 존중받고 남과 다른 개성이 돋보이는 세상이다. 신사의 스포츠라는 골프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은 점잖은 편이지만 톡톡 튀는 모습으로 주목을 받는 프로 골퍼들도 있다. 말과 행동, 독특한 패션으로 자신을 과감히 표현하는 프로 골퍼들을 보는 것은 골프의 또 다른 재미다.

개구쟁이 소년처럼 모자챙을 늘 위로 꺾어 쓰는 예스퍼 파네빅(스웨덴)은 '엽기 패션'의 대표주자. 뒤집어진 모자챙에는 스폰서 로고가 붙어 있다. 그는 1997년 PGA투어 봅호프클래식 연습장에 몸에 쫙 달라붙는 '쫄 바지'를 입는 등 화려한 원색의 옷차림으로 눈길을 끌고 다이어트용으로 화산재를 먹는 등 남다른 개성으로 더욱 인기를 끄는 골퍼다.

영국의 이언 폴터도 파네빅 못잖다. 자국 국기가 그려진 바지를 입고 나와 화제를 뿌리기도 한 폴터는 '내가 가진 잠재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다면 타이거 우즈와 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괴짜. 올해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전통을 중시하는 대회 분위기에 무색하게 '곱디 고운' 분홍색 바지를 입고 출전,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화려한 옷차림.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는 필드 안팎에서 강한 개성을 드러낸다. 한쪽 손과 발을 바닥에 딛고 몸을 펴서 그린에 바짝 엎드린 채 경사를 읽는 자세 덕분에 '스파이더맨'이라는 애칭이 붙은 비예가스는 많은 팬을 몰고 다닌다. 한쪽 바퀴를 들고 달리다 유턴하는 등 골프 뿐 아니라 모터사이클 실력도 수준급이다.

북아일랜드의 대런 클라크도 점잖던 모습을 벗어던진 적이 있다. 성조기가 그려진 바지까지 소화한 폴터만큼은 아니지만 2005년 베이힐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오렌지색 패션을 하고 나서 '아이스캔디'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클라크는 이에 "골프 대회에서 꼭 카키색 바지와 흰색 상의를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

프로 선수라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실력이 우선. 이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은 실력이 뒷받침되기에 더 빛난다. 도박에 술주정 등 기행을 일삼아 '악동'이라 불리는 존 댈리(미국)은 화제를 몰고 다니지만 부진한 성적 탓에 그리 환영받지는 못하는 듯하다. 최근 복부 근육수술을 받을 때도 주위의 반응이 "나이트클럽에서 놀 때는 안 아팠느냐"일 정도였다.

최근 대회에서 댈리는 기권과 컷 탈락을 반복했다. 대회 때마다 술집과 나이트클럽을 쏘다니니 당연한 결과라는 비아냥거림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댈리는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야 스윙이 좋아지는 특이 체질"이라며 여전히 큰 소리를 쳤다. 강한 개성을 그대로 드러냄에도 사랑받는 골퍼들에겐 모두 좋은 성적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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