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광장] 인생의 사막을 건너는 지혜

입력 2008-10-28 08:37:53

부'명예에 지나친 집착땐 몰락/위기 오면 '공기'를 조금만 빼자

공자는 나이 56세에 여행에 나서 68세까지 무려 13년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지독한 여행이다. 공자는 혼란한 세상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겠다면서 집을 나섰다.

공자는 인생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하자 절망하며 자신을 외뿔소와 호랑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모든 소는 두 개의 뿔을 가지고 있는데, 외뿔소만은 문자 그대로 뿔을 하나만 갖고 있다. 호랑이는 잘 알려진 것처럼 모든 짐승 중에서 가장 사납고 거친 동물로 통한다. 공자는 자신이 거친 광야를 헤매고 있는 것은 외뿔소처럼 균형 감각이 없는 독선적인 고집을 가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호랑이처럼 분수에 넘치는 욕망을 갖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무서운 권력욕에 사로잡혔기 때문인가 라며 제자들에게 물었다. 이때 여행에 지친 일부 제자들은 스승을 비판하기도 했다.

공자는 자신을 기린에 비유하기도 했다. 공자가 71세 때 사람들이 노나라 서쪽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기린을 잡은 일이 있었다. 당시 기린은 어진 짐승으로 올바른 왕이 있으면 나타나고 없으면 숨어버리는 짐승으로 통했다. 공자는 마치 난세에 잘못 나와 '괴물'로 오해받는 기린처럼 자신은 영원히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게 '춘추'에 나오는 西狩獲麟(서수획린)의 고사다.

공자가 '이 세상에서는 절대로 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은 것은 바로 13년 동안 여행을 한 후였다. 만약에 공자가 여행을 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달성하려고 평생 집착했다면 어떤 삶이었을까.

'나는 걷는다'의 저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62세의 나이로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까지 1만2천㎞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4년에 걸쳐 여행을 했다. 도보로 전 구간을 걷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불가피하게 자동차를 타면 다음날 다시 자동차를 탄 그 자리로 되돌아와 걸었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기간을 정해 단 1㎞도 빼먹지 않고 걸어서 실크로드를 여행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신문과 잡지 기자로 활동한 후 은퇴한 그는 도보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재활한 것이다.

2000년의 시공간을 초월해 공자와 올리비에의 삶에서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도전정신이라고 하겠다. 요즘 경제난으로 직장을 구하지 못해 현실을 비관하는 청년들이나 실직자들은 공자나 올리비에의 도전정신을 음미하면 용기와 위안을 얻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 국면에서 전 재산을 날려 울분에 차 세상을 비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이젠 오전 9시가 두렵다"는 말도 회자된다. 물가고와 경제난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고통에 찬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위기상황에서는 때로 쉬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돈에 집착하면 할수록 인생은 황량한 사막이 되고 급기야 그 사막에 갇힐 수도 있을 것이다.

스티브 도나휴의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은 사막에서의 생존법을 통해 인생이라는 사막에서의 생존법을 잘 들려준다. 도나휴는 "사막에서 미세한 먼지구덩이인 '프슈프슈(le feche-feche)'에 빠질 때 타이어 바람을 빼야 벗어날 수 있다"면서 "인생에서도 정체상태에 있을 때에는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 빼내야 다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체된 상황은 바로 우리의 자신만만한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 빼내어야 다시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 빼면 꼬인 인간관계의 사막에서 헤어나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치유의 오아시스로 들어설 수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공기를 빼야 할 때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공기를 빼면 막힌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사막을 건너는 여정에 오를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나 그 불똥으로 인한 한국의 경제위기, 나아가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혹시 공기를 빼야 할 상황에서 공기를 빼지 못해 일어난 게 아닐까.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부와 명예에 도취되는 순간 복수의 여신인 네메시스(Nemesis)의 벌을 받아 비극적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자가 위대한 것은 바로 자신이 정체돼 있을 때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 뺄 수 있었던 용기가 아니었을까. 지금 위기 혹은 정체 상태에 처해있다면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만 빼자!

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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