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로벌 금융사태를 분석한 한 전문가의 비유를 들어보자. 100명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각자 1억원씩 내서 100억원 규모의 은행을 만들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 돈을 빌려줄 사람을 찾으러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돈을 모아만 두어서는 이익을 낼 수 없으니 다른 동네에 빌려주기도 하고, 목 좋은 땅을 사두기도 했다. 10억원은 갑작스레 돈을 빌리러 온 사람들을 위해 금고에 남겨두고 나머지 90억원을 여기저기 투자하고 빌려도 줬다. 경기가 좋아서 이자 수익도 좋고, 투자한 돈도 조금씩 불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마을 한 사업가가 부도를 낸 뒤 빌린 돈 5억원을 떼먹고 야반도주해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술렁였다. 맡긴 돈의 이자는커녕 처음 은행을 만들 때 낸 돈조차 제대로 못 받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은행 사정으로 볼 때 한 해만 더 장사를 잘하면 별 지장이 없는 피해였다. 그렇게 서로 믿으며 위기를 극복하는가 싶더니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주민 중 한 명이 소문을 내고 다닌 것이다. "조짐이 좋지 않다. 지금이라도 돈을 빼지 않으면 손해가 엄청 커질 수 있다." 이 말에 넘어간 마을 주민 10명이 갑작스레 돈을 인출해 버렸다. 예치금이 바닥난 것이다. 은행에 돈이 없다는 소문이 돌았다. 너도나도 은행 앞으로 몰려들어 돈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옆 동네 은행에서도 소문을 듣고는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결국 은행은 다가올 이자 수익과 투자 이익을 포기한 채 눈물을 머금고 자산을 처분한 채 각각의 몫으로 돈을 나눠줬다. 그렇게 돌려받은 돈은 처음 종자돈 1억원에 못 미쳤다. 10명을 뺀 나머지 90명이 손해를 본 셈이다. 서로의 믿음에 금이 간 한 마을의 은행은 이렇게 막을 내리고 만다. 지금 지구촌 은행들이 이런 일을 겪고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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