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KS행 실패했지만 '저력' 확인

입력 2008-10-24 08:10:19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으나 일정 부분 성과도 거뒀다. 주력 선수들의 줄 부상과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으로 정규 시즌 내내 고전했었기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 만으로도 평가를 받을 만하다.

▶고난을 뚫고 가을잔치로=2008시즌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시즌 개막 전 우승 후보로 평가됐던 삼성의 최대 강점은 강력한 중심 타선. 하지만 제이콥 크루즈와 양준혁의 부진, 4번 타자 심정수의 부상으로 중심 타선이 완전히 붕괴되며 시즌 초반부터 공격력에 구멍이 뚫렸다.

중심 타선의 공백은 역설적으로 삼성 타선의 미래에는 도움이 됐다. 각각 상무와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하며 방망이 하나로 2군 무대를 평정했던 박석민과 최형우가 주전으로 도약, 중심 타선에 포진하면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외국인 투수들과의 궁합은 역대 최악이었다. 웨스 오버뮬러는 널뛰기 피칭을 반복했고 톰 션(6패, 평균자책점 10.73)은 매 경기 초반 대량 실점으로 팀의 사기를 꺾어 놓았다. 시즌 후반 합류한 존 에니스는 오른팔 부상을 이유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6차전을 앞두고 팀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중·하위권을 맴돌던 삼성은 내년 시즌을 기약키로 하고 7월 중순 오버뮬러와 션을 동시에 방출했는데 이것이 삼성 선수들의 투지에 불을 질렀다. 이후 11경기에서 10승1패로 질주, 희망을 되살렸고 정현욱이 연투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뒷문을 든든히 잠그면서 가을잔치행 티켓을 거머쥐기에 이르렀다.

▶가을잔치는 향후 도약의 무대=선동열 감독은 포스트시즌 개막 전 "지휘봉을 쥔 4년 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 한 시즌이 이렇게 길 줄은 몰랐다"면서 "이제부터 하는 경기는 보너스 게임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편하게 즐기면서 하라고 일렀다. 젊은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고 밝혔다.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삼성의 저력은 무서웠다. 정규 시즌 4위 삼성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고 올 시즌 돌풍을 몰고 온 3위 롯데 자이언츠를 3대0으로 완파한 것. 큰 경기를 수없이 치른 삼성의 '관록' 앞에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나선 '패기'의 팀은 맥없이 무너졌다.

쓰러져가는 팀을 구한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 젊은 사자들은 여유가 넘치는 팀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비록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4패로 밀리며 한국시리즈행은 좌절됐으나 이들의 플레이는 빛났다. '걸사마' 김재걸과 신명철의 활약도 두산과 접전을 펼치는 원동력이 됐다.

삼성에게 포스트시즌은 약점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에이스 역할을 할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았음은 물론 4인 선발 로테이션을 돌리기에도 벅찼다. 선 감독이 이미 밝혔듯이 내년에 외국인 투수 2명을 데려오기로 했지만 올해만 보더라도 이들만 믿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 최소한 국내 투수 중 선발 투수 요원을 1, 2명 더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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