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범죄, 대구가 유달리 많다

입력 2008-10-21 09:31:03

지난 4월 대구 성서공단에서 중국인 근로자가 조선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고, 지난해에는 카자흐스탄 국적 외국인 노동자가 같은 공장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을 살해해 시민들을 경악케 했다.

대구 외국인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다.

20일 대구경찰청이 한나라당 안경률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외국인 범죄 발생건수는 498건으로, 전년 240건 대비 무려 2.1배나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 18.6%에 비해서는 무려 5.8배나 높은 수치다. 올들어 8월 현재까지만도 373건에 이른다. 안 의원은 "양적인 증가뿐 아니라 범죄단 구성, 위장 결혼, 여권과 비자 위·변조 등 외국인 범죄가 지능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범죄의 지능화=외국인 범죄는 점점 지능화·대범화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범죄단을 구성해 전국을 누비며 절도행각을 벌이는가 하면 노숙자, 이혼 남성 등을 상대로 외국인과 위장결혼을 시켜 밀입국을 주선하는 일도 잦다.

지난해 단기 관광비자로 입국해 불법 체류하면서 대구를 비롯해 전주, 수원, 광주 등 전국을 무대로 빌라 아파트만을 골라 56차례에 걸쳐 1억6천400만원 상당을 훔친 중국인 5인조 절도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범행 전 다른 중국인으로부터 범죄 수법, 경찰 대응법, 진술거부권 등 범행과 관련된 교육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 경찰조차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가장 흔하게 저질러지는 '불법 위장결혼'에 대한 감시망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위장 혼인을 대가로 출입국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중국 여성과 위장 결혼한 뒤 또 다른 중국여성을 불법 밀입국시킨 50대 한국인 남성이 붙잡혔다. 지난해 8월에는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태국 여성을 노숙자와 위장결혼시키는 수법으로 입국시킨 뒤 마사지 업소에 고용한 한국인 브로커가 검거됐다.

◆경찰 대응은 역부족=외국인 범죄가 늘고 있지만 경찰의 전담 인력과 전문성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 9개 구·군 경찰서 외사계 전담인력을 모두 합하면 45명 남짓이다. 게다가 전담인력을 뽑아놓고도 운용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외사요원 특채자로 채용된 4명 중 1명만이 외사계에 근무하고 있고, 3명은 생활안전이나 수사 등 타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 또 대구지방청의 외사계 전담 요원 13명 중 외사요원 양성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국제범죄수사과정과 외사정보실무과정을 모두 이수한 직원은 단 2명에 불과하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에 건의해 전문요원을 특채해 외사계에 배치하고 기존 외사요원에 대해서는 전문교육을 전원 이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외국인 수는 2005년 1만4천942명에서 올해 8월 현재 1만9천879명으로 최근 3년간 33% 증가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