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돔 야구장' 어떻게 돼 가나?

입력 2008-10-18 06:00:00

▲ 지난해 돔구장 관련 용역조사에서 발표된 조감도. 아직 실시설계 등을 거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돔구장의 개략적 예상 모습만 담은 것이며, 실제 돔구장 디자인과는 무관하다.
▲ 지난해 돔구장 관련 용역조사에서 발표된 조감도. 아직 실시설계 등을 거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돔구장의 개략적 예상 모습만 담은 것이며, 실제 돔구장 디자인과는 무관하다.

대구스타디움(옛 월드컵경기장)을 중심으로 한 대구대공원 인근 지역이 획기적으로 바뀐다. 주요 시설물 건립비에만 무려 8천42억원을 쏟아붓는 초대형 사업이 시작된다고 한다. 대구시가 건립 의지를 불 태우고 있는 돔 야구장을 비롯해 사파리를 포함한 동물원, 복합문화단지, 대구시립미술관, 육상진흥센터, U대회스포츠센터 등 주요 시설만 6곳이다. 하지만 8천억여원 중 5천400억원이 드는 돔 야구장과 동물원은 아직 비용 조달방법조차 찾지 못한 상태. 시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한 데 받고 있는 돔 야구장 건설을 둘러싼 진척상황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살펴봤다.

◆돔 구장 이야기 이렇게 나왔다

대구 야구장은 전국에서 가장 낡은 구장이다. 돔 구장이 본격 거론된 것은 2002년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계기다. 이왕이면 돔으로 짓자는 이야기가 오갔지만 돈 문제 때문에 유야무야됐다. 이듬해 대구시가 "돔구장 부지 매입 예산 200억원을 확보하겠다"며 적극 나섰지만 천문학적 건설비는 삼성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대시설 건설비용만 생각하던 삼성으로선 곤란한 일. 2005년에도 시는 삼성과 접촉했다. 삼성상회 복원, 삼성기념관 설립안 등을 내놓으며 투자를 유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2006년 5월 '야구장 신축'을 약속했던 김범일 시장이 당선되고, 그해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 2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하지만 중앙정부 예산을 따내기가 쉽지 않았고, 야구장 후보지로 거론되는 3곳 중 2곳이 그린벨트와 공원지역으로 묶여있는 등 대지 확보조차 어려웠다. 이듬해 대구시는 용역조사까지 의뢰하면서 다시 한번 돔구장 건립 의지를 밝혔다. 동우E&C를 새 야구장 건립방안 연구 용역업체로 선정했고, 지난해 6월에는 중간보고회가 있었다. 대구체육공원 내 야구장 후보지 14만4천여㎡ 중 5만여㎡에 사업비 3천747억원을 들여 3만명을 수용하는 개폐식 돔야구장을 짓는다는 내용. 시민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4.5%가 새 야구장 건설에 찬성했고, 이들 중 70%는 돔구장 건설을 지지했다.

◆분위기는 무르익었으나….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과제는 산적해 있다. 동우E&C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개폐식 돔구장 건립비용은 무려 3천600억원. 과연 건립비용을 댈 주체를 찾을 수 있겠느냐는 것과 돔구장 유지 관리 비용을 감당할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주요 문제였다. 예전에 삼성도 돔구장 건립과 관련해 타당성 조사를 했지만 결과는 '타당성 없음'으로 나왔다. 채산성 문제도 해결할 겸 외야석은 비우고 내야를 늘린 하프돔식 일반 구장이 좋겠다는 조언까지 했다.

민간사업자가 뛰어들려면 그만큼의 '당근'이 주어져야 하는데 이는 특혜 의혹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일단 대구시는 돔구장 사업부지내에 대형마트·유스호스텔 등 다양한 수익시설을 조성, 민간사업자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 정도 시설로 투자액을 보전해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 관계자는 "대공원부지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대한 개발권을 당근으로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는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 대구지역 6개 대상지구 중 수성구의 의료교육지구에 레저스포츠단지 조성안을 넣기로 했다. 결국 돔구장 민간사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레저스포츠단지 개발권을 주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말도 들린다. 연간 유지비용만 60억~100억원이 드는데 과연 삼성 라이온즈가 얼마만큼의 구장 사용료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일단 법적 문제에서 돔구장 건립은 탄력을 받게 됐다. 11월부터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시행규칙' 일부가 개정됨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체육공원 내에 상업시설이 들어올 수 있게 된 것. 대구스타디움 인근 부지에도 유스호스텔, 선수 전용 숙소, 대형쇼핑센터 등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참여업체가 수익시설 건립에 뛰어들 수 있으며, 이는 민간투자 유치를 수월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당초 3천600억원에 이르는 건립비도 탄력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상황이다. 당초 3만석 규모 돔구장을 2만5천석으로 줄이면 건설비도 3천600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줄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 줄어든 건설비용으로 판매시설과 유스호스텔(700억원)을 유치하고 국·시비 800억원 등 1500억원이 조성되면 민간투자 부담액은 1500억원으로 줄어 협상이 훨씬 쉬워진다는 것.

하지만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 삼성과의 협상도 구단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있을 뿐 아직 진척된 것이 없다.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 문제로 법적분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그룹과의 대화 창구도 열리지 않았다. 롯데건설, 포스코, 대림 등에도 사업설명을 했지만 이들로부터의 제안은 아직 없으며, 민간업자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지도 불투명하다. 체육공원부지 내 개발권만으로는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못할 경우, 대구시 차원에서 다른 개발권을 줄 수도 있다는 선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업체와의 구체적인 협상과정에서 일부 조정이 가능하지만 건립 규모를 3만석에서 2만5천석으로 줄인다는 내용도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시 관계자는 밝혔다. 대구돔구장,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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