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못느끼는 '안전 불감증'

입력 2008-10-14 08:38:09

지난 2월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다가구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40대 미장공이 2층에서 3층으로 작업용 물통을 운반하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벽에 머리를 부딪쳐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안전모만 착용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3월에는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K(48)씨가 13층 공사장 리프트 탑승구에서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리프트를 기다리던 K씨가 리프트 방호문이 열린 것을 모르고 손수레를 탑승구 쪽으로 밀다 손수레와 함께 26m 아래로 떨어진 사고였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해마다 늘고 있다. 매년 대구지역에서만 100명 넘는 근로자가 각종 공사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14일 한국산업안전공단 대구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대구의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재해건수는 모두 2천559건. 지난해 같은 기간(2천490건)에 비해 2.8% 증가했다. 대구에서는 2005년 4천700명의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고, 2006년에는 4천857명, 지난해에는 5천90명이 재해를 당했다.

산업재해의 경우 90% 이상이 업무상 사고로 나타나 산업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 들어 상반기 동안 발생한 산업재해 중 업무상 질병은 178건. 나머지 2천381건(93%)은 사고였다. 위험한 것은 알지만 덥거나 불편하다고 안전모를 쓰지 않는 근로자, 돈이 없다며 안전시설에 투자하지 않는 사업주의 안전의식 결여가 만든 '참사'였던 것.

또 제조업 분야의 재해건수가 1천213건으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꼽혔고, 건설업종에서도 443건의 사고가 일어났다. 사망사고 역시 재해다발업종인 제조업(18명)과 건설업(10명)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특히 50인 미만의 제조업과 120억원 미만의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중소규모 사업장의 안전의식 결여와 안전관리능력의 부족을 드러냈다.

산업재해의 경우 ▷기계에 끼이거나 말려드는 등의 '협착' ▷물체에 걸려 미끄러지는 '전도' ▷떨어져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하는 '추락' 등 재래형 재해의 비율이 높아 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유형별로는 업무상 사고 중 '협착'이 698건(29%)을 차지해 비율이 가장 높았고, '전도' 사고 452건(19%), 추락사고 339건(14%)으로 이 같은 3대 재래형 재해가 전체 산업 재해의 63%를 차지했다.

기계 점검이나 정비, 청소를 할 때 정지시키고, 작업장 바닥이나 통로, 계단을 지날 때는 안전모를 쓰고 장애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의 의식, 또 지붕이나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 안전장구를 착용해야 한다는 기본 수칙만 지켰어도 피할 수 있는 사고들이었다. 미끄럼 방지시설, 추락방지 그물망 등 시설 설치와 근로자의 안전교육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사업주의 안전불감증도 화를 불렀다. 산업안전공단대구본부 김정호 교육홍보팀장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안전의식을 갖고 사업장에서 스스로 위험요인을 찾아 개선하는 재해예방활동이 산업재해를 줄이고 안전한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라고 밝혔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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