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알선 브로커들이 최근 중국, 베트남에서 규제가 덜한 캄보디아로 활동 중심지를 옮기면서 한국에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주여성은 고작 19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천804명이 한국 땅을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394명)에 비해서도 무려 3.5배나 증가했다.
경북도의 경우 2006년 3명에 불과했던 '캄보디아댁'들은 2007년에는 106명, 올해 6월 말 현재 58명이 보금자리를 찾았다. 반면 상한가를 치던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은 지난해 6천611명이 입국, 2006년 1만131명에 비해 35%가 줄었다. 경북도 조자근 다문화담당은 "한동안 중국, 베트남 출신이 대다수였는데 최근에는 캄보디아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캄보디아 결혼이주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은 중국, 베트남 등에서 '인권유린' 문제 등으로 국제결혼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 국제결혼알선업을 하는 김모(43)씨는 3년 사이 사업소를 중국→베트남→캄보디아로 세 번이나 옮겼다고 했다. 김씨는 "베트남 일부 지역의 경우 국제결혼을 하려면 남자가 많게는 7번까지 현지에 가야 하고 서류심사도 까다롭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호적등본만 있으면 된다"고 귀띔했다.
특히 지난 3월 "캄보디아 여성과 한국인 남성 간 결혼 과정에 '인신매매' 성격이 짙다"는 내용의 국제이주기구(IOM) 보고서가 나온 뒤 캄보디아 정부가 국제결혼 관련 업무를 중단했지만 한국에서 온 불법 업체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얼마 전부터 캄보디아 정부까지 국제결혼을 규제하면서 '선 초야, 후 결혼'이라는 편법까지 동원되고 결혼 알선업체에 돈을 떼이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브로커들이 현지 여성들을 국제결혼시장에 내놓는 구조로 인해 사기, 거짓말 등 각종 문제점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설령 결혼이 성사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파국에 이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3개월 전 결혼을 위해 캄보디아를 다녀온 김모(45)씨는 결혼알선업체의 권유로 마음에 드는 신부를 결정한 뒤 잠시 체류하고는 부랴부랴 귀국했다. 김씨는 "알선업체에서 '캄보디아 정부의 국제결혼 규제가 조만간 풀리면 곧바로 서류절차를 밟을 수 있어 베트남보다는 훨씬 빨리 아내를 데려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업체와는 연락이 곧 두절됐고 결혼비용 1천만원만 날렸다.
구미결혼이민자지원센터 장흔성 소장은 "국제결혼 브로커들이 캄보디아를 아시아의 마지막 '시장'으로 보고 활동하고 있다"며 "한국 남성이나 캄보디아 여성의 피해를 줄이려면 한국 정부가 소규모 국제결혼업체들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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