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땡처리 있다? 없다!

입력 2008-10-08 06:00:00

'아파트 왜 바겐세일(?)이 없을까?'

미분양 아파트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할인 아파트'가 넘쳐나고 있다.

기존 계약자가 손해를 감수하며 내놓은 마이너스 매물에 하도급 업체들이 공사 뒤 받은 대물까지 더해지면서 입주가 다가오는 단지 주변 부동산 업소마다 분양가 이하의 할인 아파트가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일반 공산품처럼 시공사가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할인 아파트'는 소문만 무성할 뿐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시공사들이 넘쳐나는 미분양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지만 '독특한 분양 시장 구조'상 할인 판매가 쉽지 않은 탓이다.

◆자금난에 몰려도 쉽지 않은 분양가 할인

지난해 주택시장 침체가 시작되면서 시공사들은 미분양 판매를 위해 경쟁적으로 분양 조건 변경에 나섰다.

계약금 1천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료 확장을 비롯해 일부 시공사는 잔금(분양가 30~40%) 1, 2년 유예 조건까지 내걸었다. 분양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조건 변경을 할 경우 가구당 비용은 2천~3천만원 정도, 파격적인 조건 변경을 하면 5천만원을 넘어선다.

물론 모든 비용 부담은 시공사의 몫이다. 그러나 '분양 원금 할인'을 공식적으로 내건 시공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미분양 판매에 가장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분양가에 시공사들이 손을 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시공사 관계자들은 "분양가를 할인하면 당초 분양가에 계약을 한 계약자들의 집단 민원이 제기될 것이 뻔하다"며 "만약 할인 판매에 나선 뒤 성공을 하지 못하면 기존 계약자 민원에다 회사 이미지 실추라는 결과만 남게 된다"고 밝혔다.

선분양 후시공의 분양 방식도 할인 판매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제품(아파트)이 만들어진 뒤 판매에 나서면 수급에 따른 가격 결정이 이뤄지지만 현재의 분양 구조는 수급(입주) 상황과는 무관한 시기에 판매(분양)가 이뤄지는 사전 가격 결정 구조인 탓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파트 할인매매가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정부에서 건설사 지원책의 하나로 시행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사업. 지난해부터 사업에 들어간 주택공사에 이어 대한주택보증도 내달부터 시행할 계획인 미분양 아파트 매입 사업의 가격은 70~75% 정도에서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매입 대상 아파트로 선정되기가 쉽지 않은데다 선정 후에는 기존 입주민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어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주공에 아파트를 매각한 한 시공사 관계자는 "주공에 아파트를 매각하면 '할인판매' 아파트가 공식화되기 때문에 주민 민원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미분양은 주공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음성적 할인판매, 부작용도 커

미분양 아파트 공식 할인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시공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가지.

자금력을 가진 분양 전문업체에 미분양을 통매각하는 이른바 땡처리(?)와 2년 뒤를 기약(?)하며 놓는 전세.

땡처리는 단지 입지나 규모에 따라 달라지며 통상 20~30%선에서 결정된다. 선자금을 투입해 아파트를 매입한 '땡처리 분양 업체'는 다시 10% 안팎의 할인 가격에 투자자에게 아파트를 되팔거나 실수요자 대상 판매에 나서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미분양이 많았던 3, 4개 정도의 단지가 '땡처리 업체'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시공사가 직접 할인 판매를 할 수 없는 시장 구조 탓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반값 아파트가 있다'는 등의 근거없는 괴소문이 부동산 시장에 떠돌고 이로 인해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없는 실수요자들의 구매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탓이다.

분양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분양 당시 가격 거품이 많았던 단지나 동호수가 나쁜 아파트를 빼고 실수요자가 선택해 사려고 한다면 막상 10% 이상 할인 매물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며 "음성적인 판매 구조가 시장 불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분양 물량을 임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세'도 시공사에는 리스크를 안겨주게 된다.

2년 뒤 정상가 분양에 대한 뚜렷한 전망이 없고 낡은 집을 고쳐 분양해야 하는 만큼 또다시 자금 투입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할인 판매' 공식화를 주장하는 움직임도 있다.

시공사가 미분양 매물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내집마련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모아 공동 구매에 나서 할인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자는 것으로 지난해 이후 일부 공인중개사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활동을 펴고 있다.

한편, 부동산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IMF 때와 같은 공식 할인'이 재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시공사들이 자금 위기에 몰리게 되면 회사 이미지나 기존 계약자 민원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올 겨울까지 주택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경기 악화까지 겹친다면 아파트 공식 할인 회사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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