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포장마차촌 추억속으로…20년만에 철거

입력 2008-10-04 08:45:14

▲ 3일 오후 대구 동구 풍물거리 포장마차촌에 늘어서 있던 21개의 포장마차들이 철거반원들에 의해 하나둘씩 뜯겨 나가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3일 오후 대구 동구 풍물거리 포장마차촌에 늘어서 있던 21개의 포장마차들이 철거반원들에 의해 하나둘씩 뜯겨 나가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안동집' 간판이 떨어져 나갔다. 낡은 주황색 천막을 둘러쓴 네모난 '쌍둥이 포장마차'들이 포클레인의 굉음에 차례로 쓰러졌다.

3일 오후 1시쯤 대구 동구 신천4동 동대구고속터미널 옆 '풍물거리 포장마차촌'. 100여m 거리에 일렬로 늘어서 있던 21개의 포장마차들이 하나둘씩 뜯겨져 나갔다. 철거회사 직원 10여명은 굴삭기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능숙하게 포장마차를 해체했다. 포장마차의 잔해를 가득 실은 22t 덤프 트럭은 쉴새없이 드나들었다.

대구의 마지막 남은 포장마차촌이 20년 만에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동구 풍물거리 포장마차촌은 1989년 동구청이 동촌유원지, 동구시장 등 동구의 무질서한 포장마차 문화를 정비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만든 곳이었다. 처음에는 25개의 포장마차들이 자리 잡았다. 유흥업소들의 심야영업 규제가 한창이던 때는 손님들이 불야성을 이룰 정도로 잘나갔다. 10㎡(3.3평) 포장마차 안에는 손님들이 어깨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잔을 부딪쳤다.

하지만 오랜 경기침체와 맞물려 손님들의 발길이 점점 줄면서 5, 6년 전부터 하나둘씩 업주들이 자리를 떴다. 21개 포장마차가 남아있지만 최근까지 장사를 한 곳은 불과 8곳이었다. 이날 허전한 마음에 포장마차를 찾았다는 주인 김모씨는 "90년대 후반 음식점과 술집의 영업통제시간이 풀리면서 매상이 급감했고 IMF까지 덮치면서 손님들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단골 손님이던 택시기사들까지 찾지 않으면서 포장마차촌은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사라지는 포장마차촌을 보면서 아쉬워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주민 차모(37)씨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오후 10시쯤 동부정류장에 도착해 마중나온 친구들과 포장마차촌으로 직행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땐 정말 손님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모(42)씨도 "20대 후반 친구들과 깡소주와 안주로 구운 소금만 시키다 욕쟁이 주인 할머니한테 실컷 욕을 얻어 먹은 일이 생각난다. 그 후로는 제일 비싼 꼼장어만 시켰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구청은 지난해 말 포장마차 업주들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닥쳐 철거에 실패했으나 올 초 이재만 구청장과 업주 대표 간에 합의가 이뤄지면서 별다른 말썽없이 철거작업을 끝냈다. 동구청 건설과 이태복 담당은 "주변 상인들의 민원이 많은데다 앞으로 있을 동대구역세권 개발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철거하게 됐다"며 "철거된 자리는 인근의 체육공원과 연계해 주차장 등 주민 편의시설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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