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간이역 이야기

입력 2008-10-02 11:10:31

속도와 목적지만이 중요한 시대에 간이역은 어쩌면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런 존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시대 간이역은 어쩌면 우리가 놓쳐버린 추억과 인간적 가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주변에도 추억을 간직한 멋진 간이역들이 많다. 지금이야 모두 똑같은 모양의 역들이 대부분이지만 수십년 전만 해도 역사의 모양은 모두 달랐다. 그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반영한 탓이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반야월역과 동촌역. 이 두 역은 선로가 모두 걷혀진 폐역이다. 하지만 문화재로 등록돼 아직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동촌역은 대구선에 남아있는 역사 가운데 가장 보존상태가 좋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1930년대 말에 지어진 역으로 건립 당시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1930년대 이후 대표적인 간이역으로 건축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야월역은 올해 5월 (구)대구선의 폐지로 폐역됐다. 지난달 23일 찾아가본 반야월역은 선로가 철거된 채 쓸쓸한 모습만 남아있었다. 1970,80년대, 수많은 사람들이 칠성시장에 채소를 팔기 위해 이 역을 드나들었고 하양·영천·경주·포항과 대구로 통근이나 통학역으로 살아있는 역이었다. 지금은 한때의 번영을 뒤로한 채 그 겉모습만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 의외로 잊혀져가는 간이역을 찾는 마니아들이 많다. 간이역만을 찾아 여행다니는 여행자들은 어떤 간이역을 최고로 꼽을까.

철도 마니아 임병국씨는 꼭 가볼만한 간이역으로 '중앙선 화본역, 중앙선 신녕역, 대구선 모량역'을 꼽았다.

특히 중앙선 화본역은 한때 증기기관차의 종착역으로, 대규모 역에서나 볼 수 있는 급수탑을 만날 수 있다. 이끼가 잔뜩 낀 급수탑 안을 들여다보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주변 풍경도 좋아, 아름다운 간이역에 빠지지 않고 꼽힌다. 또 문화재로 지정된 송정역도 마찬가지. 해운대로 가는 기찻길이 예쁜데다 2,3년 후 이설될 예정이어서 전국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간이역 시인' 박해수 시인은 '승부역, 김천 직지사역, 전라도 백양리역, 임포역'등을 소개했다.

이번 가을, 간이역으로 떠나보자. 지금껏 만나지 못한 뜻밖의 '대한민국'과 '나'를 만나게 될는 지도 모른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