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기차와 사람② '열차사랑' 운영자 임병국씨

입력 2008-10-02 11:23:51

아련하게 기차 기적소리가 들린다. 까까머리 중학생은 기차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뛰었다. 그 중학생 임병국(35)씨는 지금 '열차지기'란 이름으로 매주 기차여행을 떠난다. 철로가 닿는 곳이라면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 흔적만 남아있는 폐역도 마다않고 찾아간다. 지금은 고향인 대구를 떠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동촌역을 떠올릴 때 마다 고향생각에 아련해진단다.

발품을 팔아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2000년, 기차여행 안내사이트 '열차사랑(www.ilovetrain.com)'을 개설했다. 지금은 가입회원만 3천500명. 하루 평균 700명이 방문한다.

"처음엔 기차로 어딘가 떠난다는 자체가 설레고 좋았어요. 기차 안에서 맛있는거 먹으며 노선마다 다른 풍경을 감상하는게 좋잖아요. 지금은 기차여행도 더 디테일해졌다고 할까요. 몇 년된 기차를 타고 어느 노선으로 가느냐까지 세세하게 관심을 기울이니 여행이 더 풍부해져요."

'열차사랑'에는 열차에 대한 방대한 자료가 축적돼 있다. 간이역 지도, 폐선폐역지도를 한눈에 알아보도록 만들었으며, 간이역 이름을 클릭만 하면 사진과 함께 간이역에 대한 감상, 정보가 줄줄이 나온다. 임씨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엔 회원들도 열성이어서, 자신이 다녀온 역과 노선의 정보를 올려 정보가 훨씬 많아졌다.

회원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그 옛날 자신이 타고 다니던 통근, 통학열차, 고향역을 찾는 어르신들을 보면 코끝이 찡하다. 반면 젊은층들은 '나만의 느낌을 찾는 여행'을 위해 간이역을 찾는다. 임씨는 "간이역을 한번만 가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고 추천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여행자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유명 관광지에선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사이트 게시판에는 '여자친구와 갈 만한 가까운 간이역', '1박2일 가족들과 다녀올 만한 여행지' 등을 묻는 질문이 이어진다. 그러면 임씨는 출발지와 연령대, 질문자의 성격, 개성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여행지를 추천한다. 그러면 십중팔구 '참 좋은 여행이었다'는 후기가 남는다.

임씨는 "전라선 춘포역과 군산선 임피역이 문화재로 등록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한다. 우리나라 최고(最古) 역인 전라선 춘포역과 임피역이 방치돼 있는 것이 안타까웠던 임씨는 문화재청에 질의를 했고, 그 결과 실사를 거쳐 2005년 문화재로 지정됐다. 2006년 15개 간이역이 문화재로 지정될 때도 마찬가지. '간이역 전문가'가 없는 현실에서 간이역 발품을 많이 팔았던 임씨가 문화재 지정에 적극 참여했던 것.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기차여행도 다닐 계획이다. 지난해엔 기차여행을 함께 즐기는 아내와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철도를 중시해 큰 의미를 부여한다. 간이역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도 크고 보존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그래서 일본 기차여행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나라 적극적인 철도 동호인은 임씨 추산에 따르면 5만여명. 전문 취미로 철도를 택한 이들이다. 이들은 철도 공사 직원들조차 모르는 산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물론 발품을 팔아 얻은 정보라 더욱 값지다.

"기차여행, 한번 가보세요. 돗자리 하나와 도시락만 준비하면 여유로운 여행이 될 겁니다. 물론 여행코스, 먹을거리, 철도 정보는 '열차사랑'에서 찾아보세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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