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중 홀몸노인 등 1인가구가 절반
박옥자(가명·72·여)씨의 하루는 새벽에 일어나 골목이나 상점을 돌며 폐지를 모으는 일로 시작된다. 박씨가 폐지를 주우러 나선 건 6년 전부터다. 가끔씩 식당에서 설거지라도 했지만, 몸이 불편해지면서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폐지줍기에 나서게 됐다. 박씨에게는 4명의 자녀가 있지만 무자식이나 마찬가지다. 안부 전화나 내왕도 거의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월 30여만원을 정부로부터 받지만 월세 방값 10만원에 난방비까지 낼 생각을 하면 다가올 겨울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박씨는 "그나마 움직일 수 있으니 일을 할 수 있다. 숨이 붙어 있으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냐"고 신음하듯 말했다.
부양을 받아야 할 나이에 스스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환갑을 넘기고도 뒤늦게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노인들이나 자식이 있어도 보살핌을 받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노인들의 모습은 '노인의 날'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경제활동을 보여주는 고용률은 약간씩 증가하는 양상으로 지난해 31.1%로 2003년(28.6%)에 비해 2.5%포인트 늘었다.(표) 또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07년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초생활수급자 154만9천848명 중 홀몸노인 등 1인가구 비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51.9%)을 차지했다.
구청 공공근로 사업에 지원해 풀뽑기 등 잡일을 하는 손명자(가명·68·여)씨는 "자식도 형편이 어려운데 집에서 밥만 축낼 수는 없지 않느냐"며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한숨을 쉬었다.
비단 손씨만의 사정은 아니다. 각 구·군청이 주최하는 노인일자리 박람회에는 65세 이상 노인 구직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08년 고령자 통계'는 늙어서도 돈을 벌어야 하는 노인들의 고단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65∼79세) 중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은 41.7%. 구직 이유 1위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였다. 일자리 선택기준도 '임금수준'(58.1%)'을 첫째로 꼽았고 일의 양과 시간대'(15.7%), '일의 내용'(5.4%)은 그 다음이었다.
노인회원 500여명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있는 달서시니어클럽 원준호 총괄실장은 "가장 큰 문제는 생계형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에게 적당한 일자리가 없다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루 4시간씩 월 12일가량 공공근로·공동작업장 일을 하면서 받는 20만원의 급여는 교통비에 불과하다고 했다. 원 실장은 "아파트 경비원 등 월 70만~80만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은 구하기가 어렵거나 체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노인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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