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위기는 맞지만 부풀리기는 안된다

입력 2008-10-02 06:00:00

미국발 금융 위기가 가뜩이나 힘든 지역 경제에 주름을 늘리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돈가뭄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위기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비약을 통해 상황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우선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실제 그럴까?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의 주택가격은 1996년에서 2006년 사이에 무려 86%나 치솟았다. 이 가격을 기초로 만들어진 각종 첨단 파생상품들이 팔려나갔으나 버블 붕괴와 함께 이 상품들이 부실화, 리먼브러더스 같은 대형 투자회사들이 무너졌다. 이런 과정 속에서 미국발 신용위기가 생겼다.

하지만 한국은 불행중 다행(?)으로 부동산을 기초로 하는 자산 유동화기법 등 첨단화된 금융기법이 미국처럼 발달하지 못했다. APT 등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으로 파생상품을 만들어 파는 거래가 거의 없고, 오히려 주택담보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설정해 주택담보대출을 상당부분 억제해왔다. 한국판 서브프라임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12조원대에 이르는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의 경우, 사업성 자체를 담보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기보다는 대부분이 해당 사업장의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상태에서 사업착공 전 자금을 빌려주는 브리지론(Bridge-loan) 형태다.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회수가 불가능하지 않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지연 시 연체 발생 등 일시적 부실가능성에 대해 금융권이 공동으로 자율협약에 의한 대출기간연장, 이자율 조정 등 지원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현 상태를 전체의 위기로 단정할 정도는 아니다. 더욱이 대구경북의 대형 사업장에는 대다수가 수도권 금융회사들이 진출해 지역 저축은행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중앙정부가 향후 수도권과 차별화된 실질적인 지역 특화 부동산정책을 만들어준다면 저축은행을 비롯한 지역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금융회사 부실에 대한 걱정도 키웠지만 사실 우리 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주가하락에 따른 투자상품 손실은 서민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요즘과 같이 변동성이 심한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개인의 투자 패턴이 안전성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금융상품의 경우, 펀드 등 투자상품에서 정기예금 등의 저축상품으로 다시 유턴하고 있다. 지역 저축은행은 이러한 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연 7%를 초과하는 원금 보장형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나친 레버리지 효과를 노렸던 파생금융상품 수요가 이제 '정직하고 착한 금융상품'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역사회에서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어려운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무조건적 '대출회수'를 자제하고 보다 큰 수익을 줄 수 있는 금융상품도 개발, 모두가 함께 사는 상생의 지혜를 만들어내야 한다.

김건식 MS저축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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