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이 편지를 읽게 될 즈음엔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있지 못할 게다. 너희들은 더 이상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고, 어린 꼬마들은 이내 나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는 소신껏 행동했으며, 내 자신의 신념에 충실했단다. 아버지는 너희들이 훌륭한 혁명가로 자라기를 바란다. 이 세상 어디에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 좋겠구나."
『체 게바라, 인간의 존엄을 묻다』오귀환 지음/한겨레신문사 펴냄/344쪽/1만2천500원
인간의 존엄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면 과연 그 사람다움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 이르게 된다. 세상은 사람다움의 길을 걷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두 부류로 나뉜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는 사람다움의 승리로 귀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부조리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희망은 때로는 초라하고 궁색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망을 버리고 절망 앞에 무릎을 꿇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람다움의 의문에 대한 길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의 희망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가장 인간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 그는 죽어서 영원한 전설을 남겼다. 그의 모토는 "모든 억압하는 것에 저항하라!"였고 쿠바의 2인자로서의 명예와 권력을 버리고 가난한 라틴아메리카의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볼리비아의 전선에서 전사한다. 그는 비록 죽었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체(우리라는 뜻)로 남았다. 그것은 사람다움의 길을 걸은 게바라에게 바친 인류의 헌사이다.
"25년 넘는 세월 동안 내 직업을 생각할 때마다. 〈AP〉에서 낸 핸드북 내용을 떠올린다. '기자란 직업은 아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알게 하는 것' 하지만 명백한 이 한마디는 예루살렘에 사는 팔레스타인 기자인 내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내고 또 알렸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투옥당해 굴욕을 겪어야만 했다."
『더 뉴스』쉐일라 코로넬 외 지음/ 푸른 숲 펴냄/1만6천원
이 책을 읽으며, 수습기자 시절 '기자정신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것이며 자신에게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겼지만 그것을 지금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는 자신이 없다는 친구를 떠 올렸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알지만 알리지 못하는' 현실은 언론을 이익집단으로 내몰고 기자정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천박한 자본은 기자를 직업전선으로 내몰고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정당화하고 있다. 진정한 특종은 독점이 아니라 불의를 경계하는 데 있다는 팔레스타인 기자 다오우드 쿠탑의 보도는 그래서 더욱 값지다. 오늘, 삶의 현장이 없는 뉴스는 공허하고 민중의 삶을 배제한 혁명 또한 실패한 것이라면 과연 사람다운 길은 어디에 있는가?
전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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