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세계채식의 날을 맞아 채식의 중요성을 말해보려 한다. 개인이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하는 겉보기에 사소한 문제가 오늘날 지속가능성의 논의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단지 고기의 맛과 가격만을 고려하는 데에서 나아가 그것이 어떻게 밥상에 오르는가 하는 과정과 맥락을 자각해야 한다.
동물에 관한 한 인간은 이중적이다. 소위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사랑하면서 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동물들에 가하는 자신의 행위를 깨닫지 못한다. 톨스토이는 '도살장이 존재하는 한 전쟁터도 존재할 것이고, 채식은 인도주의에 대한 엄격한 시험이다'라고 말한다. 공장식 사육환경은 최소의 경비로 도살할 동물을 대량으로 사육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동물들은 대량수요에 맞추기 위해 비좁은 축사에서 제모습을 잃은 채 오직 살코기로 바꾸기 위한 기계처럼 취급되고 있다.
또한 곡물로 키운 소의 소고기와 햄버거는 불에 탄 삼림, 침식된 방목지, 황폐해진 경작지, 말라붙은 강이나 개울을 희생시키고 수백만t의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허공에 배출시킨 결과물이다. 축산업은 영구목초지일 뿐만 아니라 전 지구경작지의 33%를 포함하는 지구전체 표면적의 30%를 사용하며 현재 전 대륙에서 진행중인 토지부식 및 사막화 확산의 주범이다. 또한 지구표면의 담수를 고갈시키는 직접적 원인이기도 하다. 뉴스위크지는 미국에서 소비하는 물 중 거의 절반 정도가 가축, 특히 소를 키우는데 들어가고 인도와 중국, 북부 아프리카, 미국의 물부족은 이런 가축사육이 주원인이라고 보도한다. 그뿐이랴. 축산 폐기물은 가장 심각한 수자원 오염원이다. 가축의 배설물은 전세계의 호수와 강, 개울을 오염시키고 있고 지구산성화 등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는 암모니아의 65%가 축산에서 발생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06 보고서는 육식이 지구온난화의 주요원인 중 하나이며 세계 환경정책의 주안점을 축산의 폐혜를 경감시키는 것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육류의 생산이 전 세계 교통수단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육류 생산에서 나오는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약 18%를 차지할 뿐 아니라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가축사육으로 인해 사라졌다는 게 FAO의 추산이다. 하루에 수십만 명의 어린이가 굶어죽고 있는데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곡물의 40%, 콩은 80%가 가축사료로 쓰이는 현실에 모두가 수수방관할 뿐이다.
조류독감, 광우병 등은 전문가들에 의해 축산의 부산물임이 밝혀졌음에도 고기 한점의 탐욕 때문에 이런 전염병을 돌게 하고 발병시 수십만 마리를 집단폐사시키고 있다.
현재의 시장가격이 건강과 환경 관련 간접비용을 제대로 반영한다면 육식이야말로 지구상의 가장 값비싼 먹을거리이다. 좀더 깊게 살펴보면 인간이 동물의 생명권을 식사로 빼앗음으로써 부지불식간에 폭력이 우리의 삶의 방식이 되어버렸다는 중요한 사실에 이른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폭력적 삶의 방식이 축적되어 낳은 결과가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모든 환경문제이다. 그러므로 채식으로의 전환은 폭력에서 평화를 사랑하고 자비로운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이며 문화의 전환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삶의 방식은 죽고 죽이는 인과의 엉킴을 근원적으로 풀어내기에 장기적으로 지구와 인류의 건강에 유익하다. 생명의 존엄성에 기초하여 모든 생물의 공존을 이루어 갈 때 비로소 모두가 함께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성취할 수 있는 법이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의 개선에 가장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오염을 줄이고 자원을 보존하며 소중한 지구와 지구가 붙들고 있는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우리 개개인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건 아침·점심·저녁식사로 무엇을 먹느냐에 관한 것이다. 채식은 개인이 할 수 있는 크고도 쉬운 일이다.
고용석(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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