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취업비용 걱정…청년백수들 '돈'에 운다

입력 2008-09-26 09:53:52

외국어·자격증 준비 월 평균 17만원 넘어

올초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서울 노량진 고시촌으로 올라갔던 이우민(가명·28)씨는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대구로 내려왔다. 수험 정보가 빠르고 공부도 잘될 것 같아 '딱 1년만 있다가 오겠다'며 택한 서울행을 중도하차한 것은 비용 때문. 3.3㎡(1평) 남짓한 고시원 방값 25만원, 밥값·교통비 50만원 등 한달 생활비만 70만원이 훌쩍 넘었다. 학원비까지 합하면 100만원 가까이 됐다. 이씨는 "더 있다가는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할 판이라 내려오는 게 낫다고 봤다"고 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취업 준비에 드는 막대한 비용에 허덕이는 취업준비생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5, 6월 전국 대학생 6천명을 대상으로 외국어학원, 자격증 준비 등에 지출하는 이른바 '취업과외비'를 조사해 보니 월 평균 비용은 17만2천500원이었다. 그러나 취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각종 자격증이 '필수'가 된데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실제 드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다.

대구에서 2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김동환(가명·28)씨. 학원 종합반 수강료 30여만원에 대학 인근에 잡은 고시원비까지 포함하면 월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2년간 순수 취업 준비에만 든 총비용은 3천만원이 넘는다. 김씨는 "대학 졸업한 지 1년이 넘었는데 고시원 비용을 달라고 부모님께 손벌리기가 부끄럽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3년째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중인 학원강사 이모(28·여)씨는 학원비라도 벌어보자며 시작한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가 이제는 '직장'이 돼버렸다. 이씨는 "대학 3학년 때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던 한국인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공부를 제대로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 내 처지가 딱 그런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분야에서는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이 필수처럼 돼 취업비용 부담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은행·증권사 등 금융권에 취업을 원하는 이들도 서류·면접심사에서 남들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자격증 준비에 대거 나서고 있다. 올해 모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황모(28·여)씨는 "금융권 취업에 좀 유리할까 싶어 한국재무설계사(AFPK) 자격증에 도전하려 했지만 3개월에 300만원이 드는 학원 비용이 부담스러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금융자산관리사, 증권투자상담사, 선물거래상담사 등의 '증권 3종 세트'라고 불리는 일부 특정 직종에 대비한 자격증의 경우 비전공자는 난감해진다. 한 취업준비생은 "금융권에 취직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자격증인 '증권 3종 세트'를 따기 위해서는 책값과 사이버 강의 수강료로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했다.

서울 등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상경 시험' 비용도 만만찮다. 취업준비생 박재상(29)씨는 "서울에 시험·면접을 보러 갈 때마다 교통비와 숙박료만 15만원씩 들어간다"며 "횟수가 거듭될수록 취업에 대한 기대보다는 교통비와 숙박료에 들어갈 돈계산부터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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