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이야기]개량한복과 생활한복

입력 2008-09-25 14:20:41

우리민족이 북방유목민계열이라 삼국시대에는 활동이 편한 기능적인 의복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바지 입은 여자들의 모습은 고구려벽화나 유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한복디자인은 조선 후기, 즉 18세기 구한말의 디자인이 그대로 내려온 것으로 이것만을 전통이라 고집할 순 없다.

5천년동안 이어져온 유구한 복식문화에 비하면 현대 한복의 발전은 미미하지만 전문교육의 연구결과가 여러 매체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한복이 현대생활에 걸맞지 않고 불편하다는 점 때문에 점차 외면당하자 '생활한복'이라는 이름으로 일상복에 가까운 한복이 등장했다. 한 때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생활한복은 저가원단 사용과 졸속 디자인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영세업체들의 도산을 초래하는 등으로 한복유통업계를 술렁거리게 했다. 그 때를 기점으로 맥이 끊어질 듯 했던 생활한복은 천연염색 붐과 함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인견'마'모시 등을 이용한 여름생활복이 각광받기 시작했고 무명'광목 등에 감물'황토'소목 등으로 천연염색한 추동복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자인 또한 다양해지고 훨씬 편리해지면서 법복'생활복 등으로 애용되고 있다.

한편 '개량한복'은 생활한복과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원단과 디자인을 고급화한 개량한복은 고급스럽고 기품이 있어 예복 대용이나 파티용 의상으로 인기다. '개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 기원이 삼국시대~조선초기의 의상에서 변형돼 나온 것으로 원피스형 치마에 긴저고리가 주로 사용되며 허리치마에 긴저고리로 몸의 곡선을 살려주는 디자인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자칫 뚱뚱해보일 수도 있는 개량한복의 단점을 양재식 재단으로 보정한 것으로 개량한복의 또다른 발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또 인터넷의 발달로 '퓨전한복'이라는 신종언어가 생겼는데 이는 기존 개량한복 보다 양장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돌잔치 피로연복으로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표현으로 한복의 우아함이 사라져 자칫 유치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기존 한복이든 개량한복이든 의상의 주안점은 입는 자리, 그 옷의 사용목적에 따라 색상, 디자인을 선택해야 한다.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난잡해 보이고 쉽게 싫증을 느껴 자칫 그 생명이 짧아질 수 있다.

요즘은 명절에도 간편한 개량한복을 찾는 이가 꾸준히 늘고 있고, 혼수에도 저고리를 추가하는 대신 개량한복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에 한복업계에서는 더 많은 연구와 노력으로 아름답고 편한 디자인을 개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남의 것을 따라하는 것 만으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자기가게만의 대표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길이고 한복계의 부흥을 이끄는 길이기도 하다.

아울러 한정식'전통찻집'한과방 등 전통음식점이나 '한국의 미'를 앞세울 만한 업계에서 개량한복을 유니폼으로 사용, 업체별 이미지를 창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로 개량한복으로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한 업체는 계절마다 적합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그 업체만의 대표이미지 메이킹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과 색상을 잘못 선택하면 되레 이미지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010-2501-2020

손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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