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멀미 어지러워요" 기업·가계 '죽을 맛'

입력 2008-09-10 08:44:59

원/달러 환율이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만들어내고 있다.

원자재 대금을 지불하고, 수출대금을 받는 기업들이 엄청난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 어느덧 일상화된 외화송금·환전을 해야하는 가계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널뛰는 환율

8일 10여년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지면서 1,100원대를 무너뜨렸던 원/달러 환율이 9일엔 다시 급등하면서 순식간에 1,100원대를 회복했다.

9일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9.90원 오른 1,101.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8.60원 상승한 1,100.00원으로 거래를 시작, 매물 유입으로 1,093.30원으로 급락했다가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면서 1,110.10원으로 뛰었다.

이날 환율 상승은 달러화가 유로화 등에 대해 강세를 보인데다 주가 급락 현상까지 받쳐주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9일 원/달러 환율이 많이 오른 것과는 달리 전날엔 1,081.40원을 기록하면서 하루에만 달러당 36.40원이나 떨어졌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엔 1,148.50원까지 치솟았다가 3거래일간 무려 67.10원이나 떨어졌다. 특히 지난 8일의 하루 낙폭은 1998년 4월7일 38.00원 이후 10년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환시장이 상상을 초월하는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 "미칠 지경이다"

약재 수입을 하는 손모 씨. 그는 900원에서 950원 사이를 왔다갔다하던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안팎으로 뛰어오르자 사업할맛이 안 난다고 했다. 그는 몇달새 환율이 무려 20% 내외의 변동성을 기록하면서 2천만원 이상을 환차손으로 날렸다.

그는 환율 급등으로 더 비싼 가격에 약재를 수입하게 됐지만 납품처에는 물건값을 올려달라는 말도 못 꺼낸다고 했다. 그는 요즘 정말 사업을 시작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환율급변은 아무리 '용을 써도' 피해갈 수 없는 악재라는 것이다. 기업인이 경영에 전념해야 하는데 환율에 온갖 정신을 집중하다보니 피로도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지역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지역 기업들은 환율이 급등락함에 따라 장기적인 경영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환율 변동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지역 한 섬유업체는 최근 환율 급등락으로 수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6개월전 환율이 950원일 때 선물거래로 직물 450만달러 상당을 수출했는데 환율이 1천100원대로 급등했기 때문. 이 업체 대표는 "섬유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채산성이 좋아지지만 요즘처럼 환율이 요동치면 영업하는데 지장이 많다"면서 "환율이 안정돼야 업체가 환율에 맞춰 원자재를 구입하고 원가를 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구입이 많은 지역 기계·금속업체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대구지역 한 기계금속업체는 최근 환율급등으로 원자재 구입 적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사 놨다가는 환율이 내려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무작정 원자재 구입시기를 미룰 수도 없는 형편"이라면서 "기업으로서는 환율을 예측할 수 있어야 판매가격을 정할 수 있는데 요즘엔 기업 활동에 지장이 많다"고 털어놨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 이병무 지부장은 "수출기업이 많은 지역 특성상 환율 급등락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지역 업체들은 환율동향을 유심히 지켜보고 환율동향에 맞게 적절한 대응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계도 "어떡할지 모르겠다"

대구은행 영업부에서 외환업무를 담당하는 장용호 과장은 "요즘 외환창구를 찾는 고객들은 매일 첩보전을 벌이는 사람 같다"고 했다. 환율 상승·하락 여부를 꼼꼼히 챙겨 쏜살같이 달려온다는 것이다.

장 과장은 "환율이 하루에도 달러당 30, 40원씩 떨어지는 상황에서 몇만달러를 송금해야하는 고액 외환 고객들은 가슴이 철렁철렁거릴 수 밖에 없다. 예전보다 환율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 커졌다"고 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이 1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위해 해외 로드쇼를 벌이고 있는 이번주엔 이 같은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생활비와 학비 송금 등 외화 실수요자들은 한꺼번에 송금하기보다는 조금씩 나눠서 하는 방법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권고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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