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대구, 장수기업 키우자

입력 2008-09-10 06:00:00

국내 평균 기업연령 26년 불과/기업 친화적 행정 뒷받침 필요

얼마 전 지역의 대표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화성산업이 창업 5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지역민으로서, 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축하 드린다.

사실 기업의 역사가 반세기를 넘어서거나 사람의 나이로 치면 회갑(回甲)을 넘어 장수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 규모가 크다고 해서 오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유한 자산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장수가 보장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에 따르면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 1955년 이후 지금까지 남아 있는 기업은 71개로 생존율이 14%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마다 5만개 이상의 법인이 생겨나지만, 이 가운데 10년 이상 버티는 곳은 16%, 20년 이상 지속되는 법인은 4%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1천대 기업(매출액 기준)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창립 60주년을 넘어선 기업은 고작 50개사이고, 평균 기업연령은 26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장수기업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창업한 지 무려 1천년이 지난 기업이 7개나 있고, 500년 이상 32개, 200년 이상이 3천146개, 100년 이상은 약 5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 200년 이상인 기업은 한곳도 없고 100년 이상 기업은 1896년 창업한 두산과 1897년 창업한 동화약품공업 등 2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초일류 장수기업들이 장수를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저마다의 노력과 땀이 배어 있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복합기업인 GE사는 끊임없이 블루오션을 찾아 수십년 동안 지속해온 종전의 주력사업을 과감하게 바꿔왔고, 월마트는 물류시스템 혁신을 지속하고 있으며 도요타 자동차는 노사안정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GM을 따라잡았다.

장수기업이 되기 위한 기업인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노력 못잖게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친(親)기업 정서와 기업 친화적인 각종 정책 및 행정의 뒷받침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장수기업이 많으면 해당 기업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소재한 지역도 함께 발전하게 된다.

우수한 일자리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아지고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부가가치가 높아지며 도시의 국제적 인지도와 이미지 제고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요즘은 우수한 기업을 유치하는 데 있어서도 국제적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수한 기업을 유치하는 데 있어서 장수(長壽)기업이 많은 도시와 기업들이 단명(短命)하거나 이탈해 나가는 도시와의 경쟁 결과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구시민들이 이제까지 향토기업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여준 것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친(親)기업 정서를 확산시켜야 한다.

행정당국도 외부에서 우수한 기업을 유치하는 것 못잖게 지역민과 함께 성장해온 향토기업들이 초일류 장수기업이 되도록 적극 도와줘야 한다.

한동안 산업용지 공급이 없었던 지역에서 모처럼 대구국가산업단지나 이시아폴리스, 성서5차 산업단지 등의 산업용지 공급이 재개된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외부의 우수기업 유치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오랜 기간 묵묵히 지역 경제를 떠받쳐온 향토 기업들도 좋은 조건으로 산업단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세제를 비롯한 각종 행정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제공항 유치와 물류비 절감을 위한 교통인프라 확충, 고급 기술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에도 행정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

흔히 일본의 도요타시나 대만의 신주(新竹)를 두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 혹은 기업도시의 우수모델로 꼽고 있다. 앞으로는 대구를 두고 전 세계가 '장수(長壽)기업도시'의 성공모델로 꼽을 날을 기다리는 것이 결코 한 기업인의 허황된 꿈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이재하 삼보모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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