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찰청장 경질 '불협화음'

입력 2008-09-05 10:21:00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조율을 거쳐 추석 전까지 불심(佛心) 달래기 대책을 마련키로 공식 입장을 결정했으나 어청수 경찰청장, 대통령의 직접 사과 등 불교계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일부 고위당직자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어 청장의 면담 신청을 거부, 사실상 사퇴하라는 의사를 전달한 박희태 대표는 청와대에도 어 청장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은 4일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있을 수 있지만 어 청장 퇴진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어 청장 퇴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하고 나서 불교대책을 놓고 당 지도부 간 자중지란을 보이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어 청장의 거취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며 "불자들의 자존심 문제와 정부의 종교 편향 등 2가지 문제만 안심시키면 본질적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정책위의장도 "어 청장은 임기가 보장된 치안책임자"라며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문제에 대해 당이 감정적으로 예단해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전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당이 이 대통령의 사과와 어 청장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과 상반된 것이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조만간 좋은 해결책이 나오리라 기대를 하고 또 노력하고 있다"며 "불교계에서 어 청장의 경질을 포함한 4대 요구를 했는데 이걸 놓고 우리가 지금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박 대표가 불교계에서 요구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어 청장의 경질요구를 청와대에 건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 같은 당내 논란에 대해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청와대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4일 이뤄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성하고 사과하는 형식을 취해 달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사태 해결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9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앞두고 더 이상 여론 악화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어 청장의 자진사퇴도 불가피해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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