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로스쿨의 꿈

입력 2008-08-26 07:30:26

작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로스쿨 출범을 위한 준비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10월에 총 입학정원이 결정되고 설치기준이 발표되었으며, 11월 말까지 대학들이 인가 신청을 했고, 법학교육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올해 2월에 예비인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오는 9월에 본인가가 이루어지면, 10월부터 입시를 실시해서 내년 3월에 로스쿨의 문을 열게 된다.

되돌아보면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총 입학정원을 둘러싼 격렬한 논란 때문에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두 차례나 국회에 보고를 해야 했다. 자신의 출신지 대학에도 예비인가를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뜻을 관철하지 못한 교육부 장관의 사직서는, 대통령의 임기가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격적으로 수리되었다. A4용지 500매에 달하는 신청서와 그 몇 배에 이르는 비치자료를 한 달 만에 작성하기 위해 법학교수들은 철야작업을 해야 했다. 예비인가 결과에 대해 탈락한 대학의 총장·교수·학생들이 연일 교육부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무려 50여건의 소송이 제기되었다.

이 많은 우여곡절을 감수하면서까지 로스쿨을 도입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로스쿨의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로스쿨의 원점은, 사법시험을 통한 암기 능력 테스트와 사법연수를 통한 법정 기술 전수로는 21세기의 대내외적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법률가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었다.

우선 대외적으로, 국가적 위기를 불러온 'IMF사태'가 미국 변호사의 손끝에서 좌지우지되는 것을 이미 목격했다. 한국의 법률가들은 나라 안팎에서 그들과 정면승부를 하면서 국가적 이익을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대내적으로도, 권위주의정권의 억압적 지배가 물러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법의 지배밖에 없다. 문제가 생기면 거리로 뛰쳐나가던 국민들이 법원으로 헌법재판소로 몰려가 문제 해결을 호소하고 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도자'였던 대통령의 자리조차 9명의 헌재 재판관의 법적 판단에 맡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체계적인 법학교육을 통해 그러한 대내외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엘리트를 길러내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로스쿨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각박하다. 법률가 양성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위한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데도 정부의 지원은 미미하기만 하다. 일본에서는 로스쿨 출범 첫해인 2004년부터 매년 170억원 이상이 지원되고 있는 교재개발비로 한국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5억원이 전부이다. 자신의 구성원을 양성하는 일임에도 법원·검찰·변호사단체로부터의 지원은 전무하다. 일본과는 달리 판·검사 파견제도도 없고 실무교육에 대한 지원도 없다. 오히려 대한변협은 변호사 등록을 위해 변호사시험 합격 후에도 2년간의 수습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갑작스럽게 주장하고 나서서 법학적성시험 응시자수를 예상을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뜨려 놓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 정부에 들어서 로스쿨의 꿈은 더 멀어지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경찰과 검찰의 법해석은 불법의 위험지대를 수시로 넘나들고 있다. 그런데도 홈페이지에 "언제나 국민 곁"에서 "인권옹호"를 하겠다고 내걸고 있는 대한변협은 해괴하게도 촛불을 든 국민들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부터 법률가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여당은 '대통령의 법과 질서'를 묵묵히 따라가고만 있다. 민주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았기에 '육법당'이라는 별명이 더 어울렸던 '민주정의'당 시절, 육사 출신 군인 정치인들의 뒤를 봐주던 법률가 정치인들의 모습이 겹쳐져 떠오를 지경이다.

'그래서' 로스쿨의 꿈은 더욱 간절해진다. 권력의 창이 아니라 국민의 방패가 되는 법률가, 법을 비트는 것을 가장 큰 죄악으로 여기는 법률가, 시대의 요구를 읽어낼 줄 알고 역사가 무서운 줄 아는 법률가, 사회의 구석구석을 챙길 줄 아는 법률가, 자기직역의 재생산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법률가, 이런 법률가를 길러내기 위해 로스쿨에서 더 철저하게 가르쳐야겠다. 현실이 각박할수록 꿈은 더욱 단단하게 여무는 법이다.

김창록(경북대교수 법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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