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따라 농업도 변화…경북서 블루베리 재배

입력 2008-08-20 09:48:45

▲ 예년 이맘때와는 달리 50%가 넘는 저수율을 보이고 있는 안동댐 취수탐 인근 전경. 예측할 수 없는 강우로 새로운 물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동·엄재진기자
▲ 예년 이맘때와는 달리 50%가 넘는 저수율을 보이고 있는 안동댐 취수탐 인근 전경. 예측할 수 없는 강우로 새로운 물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동·엄재진기자

마른 장마와 국지성 호우 등 예측할 수 없는 기상변화가 농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년과는 다른 건장마와 돌발성 폭우로 농업용수 관리에 비상이 걸렸는가 하면, 수확기 농작물 거두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농가에서는 아열대성 새 소득작목 개발 움직임과 함께 농업재해보험 가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안동댐의 경우 저수율이 지난주(11일) 49.0%이던 것이 지난 주말과 휴일 비로 51.0%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이맘때의 43.6%와 예년 평균 42.1%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임하댐 저수율도 지난주 31.5%이던 것이 일주일만에 34.4%로 상승했다. 지난해 이맘때는 27.8%였으며 예년 평균도 30.0%에 못 미쳤다.

양댐의 이같은 저수율 상승은 최근들어 봉화와 안동지역 등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유입량이 늘어난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이때쯤 한두차례 태풍에 의한 저수율 상승은 있었지만, 국지성 호우나 일반적인 강우로 인한 저수율 증가는 처음이어서 물관리에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의 '댐 운영 및 물 공급 전망'에 따르면 장마기인 지난 7월 한달간 다목적댐의 유입량과 강우량은 예년에 비해 부족한 현상을 보인 반면, 8월에는 대기 불안정과 기압골의 영향으로 국지성 호우가 잦고 지역별 강우량의 편차도 심해 강우량이 예년 평균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장마철에는 기대한 만큼의 비가 내리지 않자 일부 지역에서는 저수지 물이 부족해 하천 물을 끌어다 쓰는 등 농업용수 관리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한국농촌공사 정찬기 의성지사장은 "올해는 6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건장마가 계속되면서 저수지 물이 모자라 하천 물을 끌어다 사용하는 등 농사철에 저수지 물을 아껴쓰느라 적잖게 마음 고생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우수기인 7월에는 비가 없고 폭염이 계속된 반면, 정작 결실을 앞두고 햇볕이 필요한 요즘에는 국지성 폭우가 내리는 등 예년과는 다른 날씨 때문에 농민들은 농작물 수확에 애를 먹고 있으며, 농산물 품질 저하와 생산량 감소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영천 대창면 대재리에서 복숭아농사를 짓는 허정범(48)씨는 "수확철의 복숭아는 다른 작물과 달리 매일 익은 과일을 따서 공판장에 내야 하는데 오락가락하는 비로 수확시기를 점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확기를 맞은 캠벨포도의 경우도 최근 갑작스런 비로 껍질이 갈라지는 열과가 많이 생기고 있다.

이번주 수확 예정이었던 상주지역의 배도 잦은비로 당도가 떨어지고 품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해 수확시기를 다음주로 늦추는 한편 수출을 위한 선적시기도 조절해야 할 판이다. 올해 생산한 배의 첫 수출을 준비중인 상주 사벌면 상주꿀배사벌영농조합 이동근(52) 회장은 "최근 잦은 비 때문에 당도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수출용 배수확의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늦춰 잡았다"고 말했다.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최원호(55·김천 아포읍) 김천시의원은 "인삼의 경우 평균 기온 22℃가 성장에 적정한 온도이지만 성장기인 7월 한달 중 23일간 무려 30도 내외의 이상고온이 계속되면서 말라죽은 인삼이 속출했다"며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국지성 폭우까지 겹쳐 생산량 감소와 소득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같은 기상변화에 따라 돌발성 기상재해가 빈발하자 일부 농가에서는 날씨에 영향을 덜 받는 새로운 소득작목 개발에 눈을 돌리는 한편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고령군 개진면 허정석(37)씨는 아열대성 작물인 블루베리 재배에 성공했다.

이는 기존 농산물 생산량의 포화로 가격 경쟁력 약화에 따른 새소득작목으로의 전환이란 의미도 있지만 기후변화가 더 큰 이유다. 이와 함께 오이고추와 복분자 등 날씨에 영향을 덜 받는 작목으로 전환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고령농업기술센터 이철현 소장은 "기후가 변화하고 돌발성 기상재해가 잦아진 만큼 농정 분야에도 변화한 기상여건을 감안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작목전환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도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도 "전반적인 평년기온 상승과 지역내 강우량 편차 등은 주요 수입작목인 과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평년기온이 계속 높아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아열대 과일 재배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지역에는 최근 잦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영농재해를 우려한 농가에서는 농업재해 보험들기가 유행이다. 최근 2~3년간 서리와 냉해피해를 당한 포도농가 등에서 농업재해보험 혜택으로 안심하고 농사를 짓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함께 정부에서는 벼농사에 대해서도 재해보험을 검토하고 있어 재해보험 확산추세 또한 기상변화와 함께 달라진 영농현상으로 꼽히고 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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