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기 '비단소리' 대구공연…제자 이미경도 한무대 이중주 등 펼쳐
"있기는 있으되 한계를 아는 인간의 역할과 근본적이되 멈출 곳을 아는 자연의 역할 사이의 균형, 이것이 바로 줄튕김 악기 소리가 추구하는 미적 이상이다." -가약금 연주자 황병기-
한국 가야금 연주의 독보적인 인물인 황병기 선생이 오는 29일 '비단소리'란 주제로 대구 공연을 갖는다. 선생은 1960년부터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교수를 역임하며 한국 음악을 알린 인물이다. 특히 황 선생은 가야금과 거금고 등 줄튕김 악기가 서양의 바이올린 등 줄비빔 악기와 달리 동양에서 높은 가치를 얻는 것은 줄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소리, 즉 손끝을 떠난 후 명주실이 만들어내는 여음 때문이라며 자연과 동화된 한국 음악의 특징을 전 세계에 알렸다. 반세기 동안 대학에서 제자를 양성하며 연주를 계속해 온 그는 현재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을 맡아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황 선생은 제자 이미경씨와 함께 무대에 선다. 20년 전 황병기 선생의 문하에서 가야금을 배운 이미경씨는 인간문화재 김중파 선생과 정악가야금의 법통을 이은 홍원기 선생의 주법을 터득해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이수자다. 대구시립국악단 가야금 수석을 역임했던 이씨는 황 선생의 가야금 곡에 대해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공연엔 황 선생의 독주와 이중주, 이씨의 독주 등 총 6곡이 연주된다. 황 선생은 백제가요인 정읍사에서 악제를 따온 '달하 노피곰'을 17현 가야금으로 독주한다. 멀리 장사 나갔다 돌아오는 남편에게 달이 높이 비추어 편안한 귀갓길이 되기를 바라는 아내의 훈훈한 마음과 간절한 염원을 담은 곡이다. 우아한 선율은 달밤의 운치를, 중중모리의 흥겨운 무곡풍의 선율은 남편이 재촉하는 발걸음을 나타낸다. 제5장 클라이맥스는 '달아 달아 밝은 달아'의 가락을 삽입해 대중성을 가미했다. 드라마틱한 음악적 전개와 풍류의 멋, 산조의 단순미 등을 한껏 살린 이 곡은 황 선생 특유의 연주와 여운 짙은 여백미로 공연의 백미가 될 전망이다.
황 선생과 이미경씨의 이중주로 연주될 '침향무(沈香舞)'는 인도 향기 중 하나인 침향을 피워놓고 추는 춤이란 뜻으로 불교 색채가 강한 곡이다. 불교 음악의 범패에 기초를 둔 침향무는 가야금의 음률을 고르는 방법이 독특하다. 또 가야금 산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구 역시 손가락으로 장구를 두드리거나 채로 나무통을 때리는 등 반주 이상의 역할을 해 낸다. 이 외에 가을의 정경을 표현한'가을'과 이란의 고대 도시 이름을 딴 '하마단',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페르시아 유리그릇의 신비한 빛에서 영감을 따 만들어진 '비단길' '영목(靈木) 등이 연주된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을 맺어주는 다리'라는 음악의 옛 개념을 충실히 표현해내는 가야금 거장 황병기 선생의 이번 공연은 좀처럼 보기 힘든 우리 소리의 여음과 깊이를 선사해 줄 것이다. 이번 공연은 봉산문화회관 기획 공연으로 한국전통음악 집중조명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공연정보=29일 오후 7시 30분/봉산문화회관 대공연장/3만~1만 원/053)661-3081.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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