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China' 시대…중국인이 몰려온다

입력 2008-08-12 09:26:50

올림픽이 '이웃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외국이라는 느낌보다 이웃마을이라는 생각이 강한 이유는 중국인들이 더 이상 어색하게 여겨지지 않을 만큼 중국과의 교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로서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은 이미 대구경북지역에서 '구매력이 있는' 경제주체로도 등장했다.

대구은행 고객 가운데 1만5천540명(지난달 말 기준)이 중국인이다. 전체 외국인 고객 6만2천805명 가운데 4분의 1이 중국인이며 외국인 고객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중국인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서 그렇다(대구의 외국인 등록 인구 중 중국인은 42.6%를 차지해 최대 비율)는 분석도 있지만 실제로 최근 중국인 고객의 가파른 증가세를 이끌어낸 것은 대학 캠퍼스다. 대구은행 영남대지점과 계명대지점에서 중국인 고객이 큰 폭 증가세를 보이는 점이 이를 잘 증명해준다.

최근엔 '돈을 가진' 중국인도 조금씩 늘어난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한번에 5천달러, 우리 돈으로 월 500만원 이상을 송금받는 학생들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은행 계명대지점 한 관계자는 "아직 숫자가 크게 많지는 않지만 상하이를 비롯해 중국 내 잘사는 지역에서 온 학생들은 우리나라 학생들까지 데리고 가 식사를 대접하는 등 넉넉함을 과시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역 대학가는 중국인 학생의 유학 러시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 7월 말 현재 대구경북 지역 대학(전문대학 포함) 유학생 수는 모두 8천821명(어학연수생 2천261명 포함). 이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은 전체의 82.2%인 7천251명(어학연수생 1천963명 포함)이나 된다. 전국 경우도 올 6월 말 현재 4만7천620명의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중국인이 3만6천323명으로 전체의 76.3%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영 입장에서 득이 되기 때문에 장학혜택, 기숙사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며 중국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 1천161명 가운데 997명(전체 85.8%)의 중국인 유학생이 다니고 있는 계명대 경우 등록금의 30%를 장학금(성적 상위 30%에게는 50% 장학금) 명목으로 중국인 유학생에게 주는데다 기숙사도 300명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 이 대학 강문식 입학처장은 "중국인 유학생은 대체로 집안의 경제 사정이 중상층인 것으로 나타나 대학 경영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많은 대구경북기업들이 중국 생산기지를 늘리면서 중국인들의 왕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델파이 임동국 총무부장은 "내년 초 중국 상하이 인근에 현지 생산공장을 가동하면 기술연수생들이 대거 대구로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자국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중국인이 크게 늘고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경제 의존도가 커지면서 최근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국인 채용이 크게 늘고 있다. 조만간 지역에도 단순 노무직이 아니라 화이트칼라 중국인이 들어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구원·사무직 등 국내에 체류 중인 전문직 중국 근로자는 이미 4천46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SK는 이미 2002년부터 중국 공채를 시작했으며 2005년부터는 중국 주요 대학에서 캠퍼스 리크루팅까지 하고 있다는 것. 이미 100여명에 이르는 중국 인재들이 선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국 인재들을 가장 활발히 영입하고 있는 곳은 금융업계. 미래에셋 5명, 한화증권 4명, 대우증권 3명, 굿모닝신한증권 3명 등 증권업계에서만 이미 20여명의 중국인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명대의 중국인 유학생 유자초씨는 "최근 들어 중국인 유학생들의 사정이 많이 넉넉해졌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중국 학생들이 이곳에서 배움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며 " 조만간 많은 중국인 학생들이 한국 기업 곳곳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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