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가끔씩은 자기를 잃어버릴 때가 있다. 어제처럼 밥 먹고 어제처럼 잠자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다보면 어디서 자기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보는 것이 좋다. 차 한잔의 여유도 좋고 가벼운 산책도 좋다. 무한한 에너지가 기다리는 휴가나 여행이라면 더욱 좋다.
내가 생각하는 휴가란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다.'나'에 대한 편애와 집착으로 잃어버린 분별심을 되찾는 시간이다. 왜 자꾸 편하려고만 하고 왜 자꾸 높아지려고만 하였던가. 어쩌면 나도 과대노출증 환자가 아닌지,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산에 가면 나무가 되고 바다에 가면 섬이 된다고 했던가. 그곳이 산이면 어떻고 바다면 어떠랴. 바다가 부르면 바다로 가고 산이 부르면 산으로 가면 그만이다.
내가 잊지 못하는 휴가지 가운데 제주도 산방산과 단산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곳에 가면 우선 한국 최고의 서예가 추사(秋史) 김정희와 함께 할 수 있다. 억울한 9년 간의 유배생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추사체'를 완성하고'세한도'를 낳은 그 예술정신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아내의 부음(訃音)에도 섬을 떠나지 못했던 애끓는 심정을 삭히며 올랐을 단산과 대정향교, 그리고 산방산을 함께 오르는 시간들은 숙연하다 못해 부끄럽기까지 하다.
하멜이 표류하던 바다 한 쪽으로 비켜선 형제섬, 해벽이 아름다운 송악산과 까마득히 보이는 마라도! 어쩌면 바다와 산과 들판이 예술적 향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놓았는지.
조용히 바닷가를 거닐다보면 나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태양에 순응하며 온갖 장애물을 인정할 줄 아는. 민병도(시인, 화가)
화가들이 찾아가는 여행길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나는 혼잡한 도시를 떠나서 낯설지만 이국적이고, 불편하지만 문명을 아직은 멀리한 곳을 찾는다. 그러면서 자유를 즐기면서 자신을 돌아보며'나'를 돌아볼 수 있는 대자연을 만나는 곳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스케치를 빙자한 유람이나 호사로움 일 수 있지만 낯설음과 새로움, 자유로움은 더 할 나위없는 작업의 충전에너지이기도 하다.
내 여행길 중 하나인 하롱베이는 이러한 것을 충족시키기에 좋은 곳이었다. 용들이 살았다는 하롱은 점, 점, 점들이 떨어져있는 듯한 섬들로 일루젼을 이루고 있는 느낌이다. 희미한 푸른색 위의 붉은색 파장의 조화인 아름다운 일몰은 캔트지에 수채물감을 풀어놓은 듯하고, 피워 오르는 새벽 안개사이로 저 멀리 쪽배를 타고 오는 부녀지간의 행상객은 한 폭의 수묵을 연상시킨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과 함께한 선상에서 보낸 몇일은 낯설음과 긴장감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물론 소통을 위해 손짓·발짓·몸짓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섬들이 변화하는 색과 운무가 어우러진 자연의 그림을 보는, 이 자체가 스케치 아닌가!
묵색이 가득한 자연을 보면서 경외감과 인간의 왜소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가지? 또 새로운 기억을 담을 수 있는 곳이면 억세게 고생 하는 곳도 괜찮다. 그래도 고맙다. 떠·날·수 있으니까 말이다. 김영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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