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젊음의 역동성을 '문화인프라'로 삼아야

입력 2008-07-31 08:23:43

[동성로에서 길을 묻다] ④도심을 창조산업의 메카로…

▲ 대구 도심에 집중된 서점, 영화관, 옷가게, 식당, 재즈클럽, 공연장, 전시장, 그리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 자체가 문화·창조산업의 훌륭한 인프라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대구 도심에 집중된 서점, 영화관, 옷가게, 식당, 재즈클럽, 공연장, 전시장, 그리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 자체가 문화·창조산업의 훌륭한 인프라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도시의 경쟁력과 생존력은 독창적인 제품 디자인과 제조, 서비스 산업에서의 생산력 증대를 가져오는 혁신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한동근 교수는 "지식기반·지식서비스 경제를 수용하고 보육할 수 있는 도시공간을 창출함으로써 도시 자체가 지식기반경제의 플랫폼이 되고 재창조된 도시는 지식생산의 인큐베이터로 기능해야 한다"고 도심재창조의 방향을 설명했다.

◆KOG의 '꿈'=게임을 좋아하는 10, 20대 젊은이들이라면 '그랜드체이스(넷마블 베스트 게임·2003년 출시)'와 '엘소드(행스크롤액션 부문 1위·2007년 12월 출시)'를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히트 게임을 만든 기업 KOG가 동성로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지역민은 드물다. 조금이라도 게임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라면, 대구에서 이런 게임이 만들어지고 비즈니스에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에 '경악'할 수도 있다.

KOG의 제품은 미국, 유럽, 브라질, 홍콩 등 전세계로 수출돼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종원 대표가 올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문화산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사실만으로도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KOG는 2000년 5월 경북대에서 창업한 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을 거쳐 지난해 8월 동성로 교보빌딩 14층으로 옮겼다. 물론 몇 배나 더 되는 임대료를 부담했다. 그런데 왜 KOG는 동성로로 갔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해서였다.

"새롭고 업그레이드된 환경을 직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점, 극장, 옷가게, 소규모 음악클럽, 카페…. 동성로의 젊은 문화적 자극이야말로 실질적이고 살아있는 문화인프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토양 없이 문화산업은 결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이 대표는 "젊은 트렌드를 긴밀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됨에 따라 직원들의 출퇴근이 즐거워지고, 창의력과 생산성도 덩달아 뛰어 올랐다"면서 "동성로 일대야말로 문화창조산업의 거점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거꾸로 가는 정책=대구 문화산업은 도심에 근접한 계명대 대명동캠퍼스(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에 거점을 두고 있다. 최근 이곳은 지식경제자유구역 중 '국제문화산업지구'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진흥지구'로 동시에 지정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문화산업정책의 공간적 지향이 동성로를 향하고 있지는 않다. 수년 전 DIP는 훨씬 더 먼 도심 외곽에 있는 대구공업대(달서구)에 창업 준비단계 기업을 위한 'CT IDEA HUB' 건물 1동을 마련했다.

또 대구시의회는 운영과 예산집행상의 문제를 이유로,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축제로 꼽히던 동성로 중심의 'E-FUN 페스티벌' 올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소니, 네오위즈, 드래곤플라이, 인디소프트 등 국내외 굴지의 게임사들이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를 외면하고 대구로 내려와 화제를 낳은 게 지난해 E-FUN 페스티벌이었다. '대구'가 '서울'을 완패시킨 보기 드문 사례였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이런 성공을 제대로 평가하는 데 인색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장재호 첨단산업연구실장은 "대학 캠퍼스의 여유공간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구 문화산업 정책의 공간 지향이 어긋나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DIP의 외연을 확장해 동성로를 중심으로 한 도시 핵심공간과 연계시키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실질적인 문화인프라 없이, 값싼 임대료와 정부지원 중심의 문화산업 육성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문화 기업과 산업을 창출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국가미래기획위원회 위원)는 "문화산업은 소비처와 창조기반이 함께 있으면서 역동적으로 작용할 때 일류가 될 수 있다"며 "이미 대구 도심에는 많은 역사문화 자산과 그것에 얽힌 이야기(스토리텔링)가 숨어 있으며, 영화·연극·전시 등 문화 활동의 중심지이기도 하므로, 도심 자체를 '무엇과도 바꾸거나 비교할 수 없는' 문화인프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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