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태빛 돌층대를
눌러 앉아 솟은 다락
서역 길 문을 열어
범종이 울려 오면
새벽달 푸른빛 여울을 헤엄치는 저 여운.
부연 끝 거미줄엔
사랑도 번뇌라서
구구구 비둘기 떼
꽃잎처럼 흩날리면
가사섶 장삼자락에 나부끼는 대자비.
선향 끝 타오르는
포오란 연기 너머
터질 듯 머금으신
미소를 보옵노니
두 손에 마음을 접어 고개 숙는 이 기원.
인정 많고, 재담 많고, 열정 많던 한 시인을 기억합니다. 서천 길을 가신 지 하마 오래건만, 저만치 세월을 눌러 앉은 다락에선 무시로 범종이 웁니다. 바위옷이 핀 돌층대를 감돌아 흐르는 여운. 새벽달 푸른빛 여울이 장삼자락을 적십니다.
지샐 녘의 한때, 미처 수습지 못한 어둠의 향기가 뜰에 난만합니다. 세상 모든 구도의 안마당엔 비둘기 떼 구구대는 번뇌가 있고, 또 그 번뇌의 밑바닥엔 식은 사랑의 재가 풀썩거리기 마련입니다. 부연 끝에 머문 거미줄도, 선향 끝에 타오르는 연기도 다 그 때문입니다.
승속의 경계쯤에 소슬히 솟은 종루 같던 한 시인을 기억합니다. 꽃살문 틈으로 터질 듯 머금으신 저 미소를 보내신 이는 정녕 뉘신지요. 두 손에 마음을 접으면 절로 고개가 숙습니다. 한 줄기 찬 바람이 빈 종루를 스쳐갑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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