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맹부 맹모 다이어리] 대구음협 피아노 최우수상 딸 키운 이채영 씨

입력 2008-07-29 06:39:30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힘껏 밀어줬죠"

▲ 딸이 피아니스트로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고 있는 이채영씨는 자녀가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부모의 몫이라고 말한다. 전창훈기자
▲ 딸이 피아니스트로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고 있는 이채영씨는 자녀가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부모의 몫이라고 말한다. 전창훈기자

아무래도 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다른 아이들처럼 일반계고에 들어가 '공부'로 성공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채영(44·여·대구 달서구 대곡동)씨는 평범하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딸 차보금(18)양을 경북예고에 보내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기를 꿈꾸는 것이다. 이에 보답하듯 차양은 중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 지난 4월 대구음악협회 주최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5월엔 대구시교육청 주최 고등학생예술경연대회에서 음악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씨는 딸이 여섯살 때부터 피아노나 성악, 바이올린 학원 등을 보내면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접하도록 했다. 음악이 정서적인 면에서 안정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딸이 초교 2학년이 되자 점차 피아노에 몰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별도로 연습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피아노 연습을 했다는 것. "다른 아이들처럼 밖에 나가 노는 것보다 피아노 연습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한창때는 몇 시간이고 피아노 앞에만 앉아있었어요. 이유를 물었더니 피아노 선율이 어느 소리보다 좋고 매력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씨는 딸이 어릴 때부터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적성이 맞는지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평소에 인터넷이나 신문 등을 통해 각종 행사를 기억했다가 주말마다 인근 미술관이나 문화 행사를 꼬박꼬박 찾아다녔다. 여러 가지 체험을 해보면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게끔 한 것.

꾸준히 피아노를 시키다 중학교 때 기회가 찾아왔다. 중2 때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예술영재원에 입학했던 것. 이를통해 피아노를 전공한 교수와 1대 1 레슨을 받을 수 있는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보금이에겐 그때가 본격적으로 피아노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 전까지 막연하게 피아노 연습을 했는데, 그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피아노를 좋아하던 딸도 중3 때 진로를 선택할 때가 됐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일반계고를 갈지, 예고에 진학해야 할지를 놓고 한 달 넘도록 갈등했던 것. 이씨는 내심 음악에 대한 열망이 많아 딸이 예고를 선택하길 원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각각 일반계고와 예고의 장단점을 설명해주고 선택은 본인이 하도록 했다.

"주위 사람들은 음악이나 미술을 시키면 경제적 부담이 크고 성공 확률이 낮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항상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반드시 길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이의 진로도 본인 스스로 결정하도록 지켜봤죠. 그렇게 해야만 나중에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후회도 하지 않으니까요."

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 미술 치료도 하고 있는 이씨는 딸이 사춘기 때 자신의 직업이 큰 도움이 됐다. 청소년 심리를 잘 알다 보니 딸이 힘들 때 많은 조언을 해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의지력을 키워준 것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딸에게 윽박지르고 꾸짖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자상하게 설명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항상 딸과 함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어요. 일을 하니까 평소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화를 많이 이용해요. 하루에 전화를 10통 이상 하면서 교감을 하고 있어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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