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택시업계 임단협 난항

입력 2008-07-24 09:04:05

법인택시기사 김모(45)씨는 지난 한 달간 하루 13시간씩 25일을 꼬박 일해 월급 81만1천500원을 받았다. 원래는 하루 6시간 40분씩 2교대 근무하고 월급을 받아야 하지만, 운전기사가 없다는 회사 사정 때문에 하루 12시간 이상 핸들을 잡았다.

하지만 야간근로수당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늘어난 운행시간 때문에 회사에 내야하는 운송수입금(사납금)이 7만6천원(2교대 경우)에서 11만원으로 올라 부담이 커졌다. 사납금을 채우고 남은 돈을 가져가지만 최근에는 경기가 나빠 따로 챙겨간 돈이 거의 없다. 일은 두 배로 하는데 임금은 그대로인 셈이다.

김씨는 "몸이 아파 하루 쉬거나, 사납금을 못 맞추면 그만큼 월급에서 공제돼 정해진 임금조차 못 받아간다"며 "장시간 노동에 근무조건과 임금은 열악해 핸들을 놓고 싶다"고 했다.

고유가와 극심한 불경기를 겪고 있는 대구지역 택시 노사가 24일 2008년도 임금 협정을 위한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4월 중순까지 14차례 임금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용자측과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 4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냈다.

노조는 이날 오후 3시 경북지노위에서 열리는 사용자측과의 조정회의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노조 윤현덕 정책복지부장은 "조정이 결렬될 경우 28일부터 3일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파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파업은 다음달 초쯤으로 예정돼 있다.

노조는 현재 1인1차제 때 ▷월 4회 유급휴가 제공(만근 21일) ▷운송수입금 하루 7만6천원 기준 20%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시 ▷기준액 초과시 연장근로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용자측은 전일근무 때 운송수입금 13만원을 납부하고 초과금액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6대4로 배분하는 안을 내놓고 있다.

노조는 "대구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일 평균 주행 속도가 25km로 택시노동자가 1초도 쉬지 않고 영업(실차율 70%)하더라도 시간당 수입은 9천500원에 불과하다"며 "사측 주장대로 운송수입금을 13만원으로 책정하면 하루 13시간 이상을 꼬박 일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1일2교대가 원칙이지만 택시업계가 기사 부족을 내세우는 바람에 현재 조합원의 90%가 1인1차제로 인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최근 LPG값 인상으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정회의를 통해 노사가 원만한 해답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

택시노조 대구본부에는 대구 전체 법인택시회사 100개 중 87개사가 가입돼 있고 조합원수만 6천500여명에 이르러 파업에 돌입할 경우 운송차질이 우려된다. 대구 전체 택시는 1만7천96대(개인 1만126대, 법인택시 6천970대)다.

대구시는 택시노련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개인택시 부제해제, 시내버스 예비차 투입, 지하철 운행시간 조절 등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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