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영남대의료원 이형우 교수

입력 2008-07-17 14:06:59

'공공의 적'당뇨병 최고 명의는 환자 자신

영남대의료원 내분비'대사내과 외래 진료실은 늘 대기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평소 이곳을 찾는 환자 10명 중 9명은 바로 당뇨병환자. 내분비'대사내과 이형우(교수) 과장은 "하루 80명 안팎의 당뇨병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전화하는 시간조차 아까울 지경"이라고 했다. '

언제부터인지 당뇨병은 한국 성인병의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1970년대만 해도 인구 1% 미만이었던 당뇨병 환자는 현재 400만명 안팎까지 급증했다. 1990년대 말 이후 10~12%까지 유병률이 치솟으며 놀랍다 못해 무서울 정도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당뇨병환자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이 교수는 '식생활'과 '운동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당뇨병환자는 자동차 대수와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1980년대 레지던트 시절만 해도 병원 주차장에서 자동차 3대 보기가 힘들었고, 당뇨병 유병률 역시 3%대에 불과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주차장 빈자리를 보기 어렵게 됐고, 당뇨병환자 역시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이 교수는 "웬만하면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잘 걷지 않다 보니 운동부족이 심각해지고 결국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서구형 식생활 문화 또한 비만인구 급증을 초래하며 당뇨병 발병의 또 다른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의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이 앓는 흔한 만성질환이다보니 당뇨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당뇨병은 당뇨병 자체보다 합병증이 훨씬 심각하고 무서운 질병이다. "당뇨병 합병증이 얼마나 무섭냐고요. 사고를 제외한 전체 실명 환자와 다리 절단 환자의 50% 이상이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것이라면 설명이 될까요." 이 교수는 "당뇨병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누구보다 많은 말을 해야한다"며 "환자에게 당뇨병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주기 위해서다"고 했다.

당뇨병환자의 75~80%는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으로 사망한다. 당뇨병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같은 관상동맥질환 발생 빈도나 뇌졸중 발병률이 2~4배나 더 높고 말초동맥폐쇄증'망막증'신증'족부궤양 등의 치명적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

이 같은 당뇨병은 췌장에서 만드는 인슐린호르몬이 부족하거나 인슐린에 적절히 반응하는 세포가 부족해서 생긴다. 인체내 모든 세포는 당, 특히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필요로 한다. 인슐린은 세포가 혈액에서 포도당을 뽑아내는 것을 도와주는데 당뇨병에 걸리면 췌장에서 충분한 양의 포도당을 만들어 내지 못하거나, 체내 세포들이 인슐린의 작용에 저항을 갖게 된다.

이런 당뇨병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가 파괴 또는 질병이나 사고로 제대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생기는 제1형과 인슐린 분비는 되지만 불충분하거나 제 기능을 못해 생기는 제2형으로 나뉘며 한국 성인의 90% 이상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

이형우 교수는 1994년 미국 워싱턴대학 내분비'대사내과 교환교수로 근무하면서 당뇨병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베타세포의 파괴를 막는 연구에 관심을 가졌다. 지금까지 발표한 100여편의 논문 대부분이 이런 내용을 담고 있고, 특히 베타세포를 파괴시키는 한 원인인 '개드(GAD)항체'와 이에 대한 치료를 다룬 국내 연구논문 발표는 이 교수가 처음이다.

이처럼 선천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건전한 생활습관이야말로 당뇨병 치료의 해법이다.

이 교수는 "걷기 같은 규칙적인 운동과 달게 먹지 않고 과식하지 않는 식이요법만 잘 실천해도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며 "그러나 한번 잘못 밴 습관을 바로잡는 것 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프로필

△1982년 경북대 의대 졸업 △82~86년 경북대병원 인턴'레지던트 △89년~현재 영남대의료원 교수 △92년 충남대 의대 박사 △94~95 미국 워싱턴대 내분비'대사내과 교환교수 △2005년~현재 대한당뇨병학회 대구경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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