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에는 수명이 있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물은 적어도 지구상에는 없다. 요즘 한창 30개월을 두고 말썽이 많은 소는 겨우 두 살도 되기 전에 대부분 생을 마감하지만 수명은 보통 18년 정도라고 한다. 소의 수명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의학의 발전에 따라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현대의학의 발전 속도로 미루어 볼 때 당분간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과거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사람들의 나이를 살펴보면 100년 전인 1900년경에는 선진국 사람의 평균 수명이 37~40세 정도였다고 기록돼 있고, 1945년 해방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35세 전후였다고 한다. 물론 평균이 그렇지 어느 시대에나 오래 사는 사람은 비슷한 나이를 산다고 한다. 그러나 그 수나 비율이 지금보다는 훨씬 드물었다. 그러니 당시만 해도 사실상 환갑은 일가 친척과 동네에서는 오래 산 것을 축하하는 큰 잔치였을 것이다. 300년 전인 조선 숙종 때 이몽룡을 위해 정절을 지키던 춘향의 나이는 16세, 멀리 서양에서 로미오와의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한 줄리엣은 15세였다. 실존 인물로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진 잔 다르크의 나이도 16세였는데 당시 프랑스의 평균 수명은 25세였다.
기원전인 2천500년 전 공자는 '논어'의 '위정편'에서 40세를 온갖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不惑)', 50세를 하늘의 명을 아는 '지천명(知天命)', 그리고 60세를 사물의 이치를 아는 '이순(耳順)'이라 하였다. 공자가 살았던 당시 중국의 평균수명이 20세 정도였다고 돼 있으니 평균수명의 두 배를 살아야 갖은 유혹을 뿌리치는 불혹에 이르는 셈이다.
올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세계보건통계 2008'의 한국 관련 지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8.5세(남녀 각각 75세와 82세)였다. 그러니 단순 계산으로만 보면 요즘 평균수명의 두 배인 160세가 돼야 공자 시대의 불혹에 이른다 하겠다. 그러나 그 나이까지 사는 사람은 없으니 쉽게 생각해 당시의 40세의 위치가 요즘으로 치면 대략 80세가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10여년 전 은퇴하신 은사께서는 늘 당신의 연세를 39세라고 하셨다. 아직도 혹하는 것이 적잖게 있으니 어찌 불혹인 40세를 넘겠느냐는 말씀이었다. 그 은사님께서도 시간적인 연령(?)은 이제 80세를 바라보고 있다. 그 은사님께 이제는 당신의 연세를 그대로 말씀하시더라도 아직 불혹까지는 한참 남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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