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교통사고에 후유증까지…깨진 '코리안 드림'

입력 2008-07-16 08:51:48

▲ 드엉후둑씨의 누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베트남 출신 한국인 김현정씨가 드엉씨의 건강상태를 묻고 있다. 타국 땅에서 사고를 당한 드엉씨는
▲ 드엉후둑씨의 누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베트남 출신 한국인 김현정씨가 드엉씨의 건강상태를 묻고 있다. 타국 땅에서 사고를 당한 드엉씨는 "살아있는 게 어디냐"며 자신을 위로하지만 병원비로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난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신짜오(Xin chao), 안녕하세요. 저는 드엉후둑(Duong Huu Duc)이라고 합니다. 1983년생이니까 한국 나이로 스물여섯살이죠. 베트남 수도 하노이 주변의 한 농촌에서 태어나 한국에 오기 직전 선반작업을 배우려고 2년간 하노이에서 지낸 걸 제외하면 줄곧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베트남 집에는 7명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농사를 짓고 계시죠. 한국에 온 지는 2년 8개월 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말이 서툴러요. 배울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밖에 없지만 공장에서 자주 쓰는 '이거 갖고 와' '알아들었어?' 정도의 간단한 말밖에는 할 줄 몰라요. 제가 매일신문 '이웃사랑' 지면에 실리게 된 건 지난 4월 13일 있었던 사고 때문입니다. 지면에 실린 제 사진을 보고 이미 예감하셨겠지만, 그렇습니다. 저는 교통사고로 대구적십자병원에 석 달째 입원 중입니다.

4월 12일 경남 김해시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 취업해 첫 출근을 하고 이튿날에 난 사고였지요. 오후 다섯시쯤이었을 겁니다. 고향 사람 두 명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난 사고였죠. 운전 부주의 때문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지 만 하루가 지나서야 의식을 찾았습니다. 깨어나니 다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습니다. 병원에서는 제 오른쪽 다리뼈가 산산조각나는 바람에 '이리자로프'(뼈를 고정하기 위해 장착하는 기구, 키를 키우기 위해 주로 이용됐으나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음)를 다리에 심었습니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몇 년간 일을 해 돈을 벌어 베트남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네, 맞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올해 10월 말이면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하는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 땅을 밟았지만, 소위 '불법체류자' 신분을 자청한 것이었죠. 맨 처음 입국했을 때 경남 김해시의 한 선반 공장에서 2년간 일했고, 경기도 시흥의 한 선반 공장에 지난해 12월 취업했다 다시 경남 김해로 내려온 것이었죠. 베트남의 고향 사람들이 경남 김해에서 많이들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그렇듯 저 역시 어렵게 한국 땅에 온 만큼 다시는 한국에 못 들어온다 하더라도 좀더 일해 목돈을 마련할 생각이었습니다.

'코리안 드림'이 이렇게 깨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다리 치료에 들어간 비용만 800만원입니다. 치료비는 베트남 고향 사람들이 자신들의 월급을 쪼개 모았습니다.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내장에서 터졌습니다. 복수가 차올라 만삭의 임신부처럼 배가 불렀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는 수술비부터 마련하라고 했지만 돈이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렇게 11일을 버티다 결국 지인들의 소개로 이곳 대구적십자병원으로 오게 됐습니다. 적십자병원에서는 바로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부풀어오르던 배는 완전히 가라앉았습니다만 석 달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의사선생님의 말이었습니다. 물론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급한 불을 끄고 나니 병원비가 걱정입니다. 한국 정부가 1천만원까지는 책임지지만 그 이상의 비용에 대해서는 제가 20%를 부담해야 한다더군요. 한국에 오기 위해 부모님이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을 다 갚고, 올해 4월 새 직장을 얻으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아난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인데 왜 이렇게 서러운지 모르겠네요. 두서없는 내용이지만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베트남 출신 한국인 김현정(베트남 이름 닌티홍·32·여)씨의 통역과 김성호 대구적십자병원장의 도움으로 작성했습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저희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매일신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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