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첫 육교 '신암육교' 철거되나

입력 2008-07-15 10:00:37

주민들 청원 계획

▲ 철거 논란이 일고 있는 신암육교. 윤정현 인턴기자
▲ 철거 논란이 일고 있는 신암육교. 윤정현 인턴기자

15일 오전 7시 30분쯤 대구시 동구 공고네거리~파티마삼거리 사이의 신암육교 인근. 젊은 남녀 한쌍이 대로변에 승용차를 세운 뒤 육교 아래를 무단횡단해 제과점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한 고교생은 길 건너편 친구들이 부르자 쏜살같이 육교 아래를 건넜다. 1시간 남짓 지켜보는 동안 육교를 이용하지 않고 무단횡단하는 주민이 8명이나 됐다.

육교 위를 건너던 이행자(72) 할머니는 "행상을 나가는 길인데 짐을 이고 바로 건너편 버스를 타기 위해 육교를 건너려고 하니 매번 고역"이라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사이 한 주민은 건너편에 선 택시를 잡아타기 위해 육교 아래 설치된 무단횡단 방지턱을 뛰어넘기도 했다.

게다가 육교는 흉물로 방치돼 있다시피 했다. 지지대 역할을 하는 철근이 오래돼 부식된 곳이 많고, 움푹 파인 육교 바닥에는 군데군데 시멘트가 덮여 있었다. 또 육교 철근 기둥과 난간, 난간 앞으로 설치된 광고판 내부에는 각종 전단지와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붙였다 뗀 자국으로 지저분했다.

대구 서구청이 최근 주민들 의견을 물어 간선도로상 육교 2개를 철거하는 보행권을 우선시한 행정을 펼치자 대구 곳곳에서 육교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암육교 인근 주민들은 '육교 철거 및 횡단보도 설치 주민청원'을 구청에 내놓을 계획이다. 주민들은 이번주에 육교 철거를 찬성하는 상가에 '육교철거 찬성, 횡단보도 설치'라는 스티커를 부착시키고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한 상인은 "'흉물 육교' 때문에 인근 상권이 오랫동안 황폐해지고 있는 것은 물론 노인, 장애인, 학생, 임산부 등 보행약자들의 보행권이 수십년째 침해받고 있다"며 "교통사고도 빈번하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주민들이 힘을 합쳐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암육교는 1973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생긴 육교로 35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민원을 빚어왔고 노약자들이 많은 지역 특성과 맞지 않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대구의 60세 이상 추계인구는 전체의 13.3%이지만 신암3동의 경우 18.8%에 달해 노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곳은 지역 내 사고다발지역으로 무단횡단으로 인한 보행자 사망사고가 많다.

동구청 관계자는 "최근 보행권 확보에 대한 주민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나 육교 철거를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며 "일대 교통 및 보행패턴을 연구해야 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반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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