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입력 2008-07-15 06:24:39

"신화는 미궁이다. 어떻게 신화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빠져나올 것인가.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들고 미로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이 책에 담긴 12가지 열쇠로 상상력의 빗장을 풀어 신화라는 미궁의 진입과 탈출을 시도해보자."

작가 이윤기는 자신의 책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를 이렇게 소개했다. 푹푹 찌는 더위를 탈출하는데 가장 적합한 책으로 기자는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작가의 말처럼 신화라는 미궁으로 진입했다 탈출하다 보면 이놈의 지긋지긋한 더위도 잠시 잊혀지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이 책은 여느 그리스로마 신화 책과는 사뭇 다르다. 작가 자신의 시각으로 재미있게 글을 써내려갔다. 중간중간에 신이나 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직접 대화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꾸며놓기도 했다. 간략하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헷갈릴 것 같지만 사실 차근차근한 설명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럴 염려는 별로 없다. 책을 읽고 나면 왠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이 알고 싶어진다. 게다가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명화나 조각 등 유명한 예술 작품들이 마치 예술가의 작품집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먼저 신발로 시작되는 테마에선 이아손 이야기가 나온다. 이아손은 헤라 여신이 변신한 노파를 업고 물살이 강한 여울을 건너다가 신발 한짝을 잃어버려 헤라 여신의 신녀가 예언한 '모노산달로스(외짝신 사나이)'가 되어버린다. 또 전쟁의 테마에선 올림푸스 신족의 탄생 배경이 소개된다. 혼돈인 카오스에서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태어나고 가이아로부터 여러 신들이 탄생한다. 그러다 제우스가 이끄는 올림푸스 신족들이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티탄 신족과 오랜 전쟁 끝에 비로소 승리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사랑의 테마에선 프쉬케가 자신의 실수로 상처입고 떠난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를 찾아나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차에선 태양신의 아들이었던 파에톤이 자신이 신의 아들인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태양마차를 몰았다가 세상을 온통 불태워 버리고 결국은 제우스의 번개에 맞아 죽게 되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다 보면 그것은 신화라기보다 차라리 인간적인 드라마에 가깝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이름만 신이지,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즉, 신화 속의 신은 인간의 삶이 투영된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인 것이다.

작가는 그러기에 12가지 열쇠의 최종 귀결점은 독자의 상상력이라고 일컫는다. 신들도 인간 본성을 지니고 있기에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나오는 말에서 '독자는 지금 신화라는 이름의 자전거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라. 처음에는 필자가 짐받이를 잡고 따라갔다. 뒤를 돌아다보지 말고 그냥 달리기 바란다. 필자는 짐받이를 놓은 지 오래다. 독자는 혼자서 이미 먼 길을 달려온 것이다'고 표현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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