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지도자

입력 2008-07-15 06:26:07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전 일본 총리는 일본 국민들에게 전후 일본 부활을 이끈 지도자로 칭송받는다. 이케다 전 총리는 1960년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자본과 무역 개방이라는 경제 체질 개선 카드를 들고 나와 일본 경제에 성장이라는 동력을 제공했다. 그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정책 지지도 이끌어냈다. 단순히 경제 성장에만 몰두한 게 아니라 분배라는 두마리 토끼를 사냥했고, 이 같은 어려운 시도는 결국 국민들에게 성공이라는 성적표를 안겼다. 이케다 전 총리는 항상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며 일본 부활을 이끌었고, 그의 탁월한 리더십과 지도자상은 후임 일본 지도자들에게 표상이 됐다.

영국은 지난 280여년 동안 초대 총리인 로버트 월풀경으로부터 현 브라운 총리까지 모두 56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하지만 이들 중 이름 뒤에 '이즘(ism)'이 붙은 총리는 마거릿 대처뿐이다. 영국 경제 회생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통치철학이 바로 '대처리즘'이다. 대처가 총리에 처음 오른 1979년 당시 영국은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였다. 경제 상황이 최악이었던 것이다. 경제 성장은 멈추고 하루가 멀다 하고 노조 파업이 일어났지만 정부는 통제력을 잃어버렸다. 물가 상승, 실업자 급증 등 경제 악재들만 영국 경제를 좀 먹고 있었다. 대처는 경제에 개혁이라는 초강수를 뒀고, 시간이 흐르면서 정확한 경제 처방으로 대처리즘을 만들었다. 오늘의 영국 경제는 대처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대처와 이케다는 국가 흥망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지도자라는 중책을 맡았고, 훌륭히 그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국가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 지금 우린 어떤가? 영국의 대처 집권 초기처럼 국가 위기 상황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고유가, 고물가, 실업자 급증, 무역수지 악화 등 근래 드물었던 각종 악재들이 한꺼번에 우리 경제를 덮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외환위기라는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젖먹던 힘까지 쏟아부은 국민들은 이젠 '부자 코리아'만 갈망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경제 대통령을 선택했고, 좌초 위기에 몰린 '대한민국호'를 안전 운행시킬 지도자로 이명박 대통령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 대통령은 집권 6개월도 안 돼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적잖은 정책이 국민심판대에 오르내리고, 특히 경제 정책은 헛다리를 자주 짚는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싫지만 희망보다는 지도력, 정치력, 전문성, 리더십 부재 등 '실망'만이 서서히 머릿속을 채워갈까 두려워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앞으로의 10년이 중요하다.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다음은 없다. 그럴 여유가 이젠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아서다. 지도자는 국민들이 왜 촛불집회를 열고, 현 정부를 질타하는지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위기의 대한민국에 대한 한치 오차 없는 현실 인식과 미래 예측, 국민들에게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줄 의무가 반드시 있다. 한편으론 생각이 다르다고 무턱대고 반대하는 국민들보다 지도자를 믿고 따르고 싶어하는 국민들이 절대다수임을 지도자는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정치부 이종규 차장

최신 기사